[기고/강석준]성장 위해 부동산세금 낮추는 미국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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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미국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해 경고했다.

불과 3, 4년 전만 해도 9·11테러와 닷컴 거품 붕괴로 미국 경제가 3, 4%의 성장률에서 0.2%로 급락했다. 이어 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실업률이 7%에 육박하자 경제 공황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다행히 2년 만에 위기에서 벗어났고 경기 과열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로 급변하자 11차례 연속해 금리를 올리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빠르게 반전한 이면에는 대규모 감세, 대폭적인 금리 인하와 큰 폭의 달러가치 하락 등 재정 및 금융정책과 부동산 거래에 대한 세제 지원 및 다양한 주택금융 등이 있다.

경쟁력을 잃은 미국 자동차 3사의 시장 점유율은 1990년대 70%에서 지금은 50% 내외로 하락하고 발행 채권은 ‘쓰레기채권’ 취급을 받고 있다. PC 시장은 포화상태이고 정보기술(IT) 산업도 성장 동력이 소진되어 이렇다 할 주도산업이 없는 형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용 효과가 큰 부동산 경기를 조성하는 것은 노쇠한 산업 국가들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소유자 사회(Ownership Society)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주택금리를 6% 이하로 낮추고, 30년 고정금리, 원금 상환 없는 모기지 도입 등으로 부동산 대출이 2000년 4조8000억 달러에서 지금은 8조8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해 소득세 최고 세율(35%)보다 훨씬 낮은 15% 적용, 2년 이상 거주 시 50만 달러(약 5억 원)의 양도차익 공제, 1년 이하의 단기 양도차익은 10∼35%의 소득세 합산 과세, 양도손실 이월공제 등으로 세 부담을 경감해 줬다. 이와 함께 달러 약세로 해외 자본도 쇄도했다.

그 결과 미국 내 부동산 가치는 2000년 11조4000억 달러에서 현재는 17조7000억 달러로 55% 급상승했다. 방대한 부(富)의 효과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자본 자유화의 보편화, 조세 도피처의 존재, 감세 등의 특징을 보이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부동산에 대한 중과는 자본 유출과 세원 고갈을 초래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성장과 형평 간의 균형 잡힌 안목이 아쉽다.

강석준 주미 한국대사관 세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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