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수은주 눈금이 지구촌 경제 좌우할것”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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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세계 경제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주요 에너지 소비국이 포진한 북반구의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가운데 겨울철 난방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피해를 본 석유 관련 시설 복구가 늦어지면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에서 석유 공급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런 문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5일 월가(街)의 전문가를 만났다.》

“올해 추운 겨울이 닥치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습니다. 제발 올해만큼은 ‘따뜻한 겨울’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해야 할 상황입니다.”

노무라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레슬러(사진) 씨는 5일 미국 뉴욕 맨해튼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올겨울은 어느 때보다도 ‘비싼 겨울’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레슬러 씨는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이 경기 전망을 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이코노미스트로 월가에서 손꼽히는 경기 전망 전문가.

그는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도 유가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겨울 난방용으로 미국인의 80%가 사용하고 있는 천연가스가 고공 행진을 계속하면 난방비가 지난해보다 50% 이상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에너지 소비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상이다. 15%를 약간 넘는 석유보다 훨씬 높다. 특히 카트리나가 멕시코 만 일대의 관련 시설에 큰 피해를 주면서 최근 천연가스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급등했다.

미국은 이미 고유가로 1년 전에 비해 가구당 연평균 2000달러(약 200만 원)의 자동차 연료비가 늘어난 상황에서 겨울철 난방비까지 급등하면 ‘가처분소득 감소→소비 감소→경기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것이 레슬러 씨의 설명.

그는 지금 상황이 2000, 2001년 겨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당시 천연가스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하고 유가도 오르는 상황에서 겨울마저 예년보다 추워지자 난방비가 폭등했다는 것.

레슬러 씨는 “난방비 급등은 소비 침체로 이어져 결국 2001년 경기 침체의 촉매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레슬러 씨는 앞으로 미국 금리와 관련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여전히 경기보다는 인플레이션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3.75%인 미국 연방기금 금리가 내년 상반기에 4.5%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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