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작은정부냐 큰정부냐” 논쟁 가열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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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예산 늘리자” 큰정부 한판승▼

“뉴올리언스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자유방임주의다. ‘작은 정부’는 끝났다.”

“카트리나야말로 무대책과 늑장대응으로 ‘큰 정부’의 실패를 입증한 것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이후 정부의 늑장대응과 빈부격차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큰 정부’ 대 ‘작은 정부’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카트리나 책임 공방이 재정지출 확대와 정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해 온 민주당과 조세감면 확대 등 ‘작은 정부’를 외쳤던 공화당 간의 해묵은 노선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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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면상으론 ‘큰 정부’ 주창자들의 한판승으로 끝난 상태. ‘작은 정부’를 외쳤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 피해 재건에 재해복구 예산으론 사상 최대인 2000억 달러 지출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논쟁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이렇게 불어난 재정지출을 어디에서 보충할 것이냐는 논쟁과 함께 카트리나 재난을 틈탄 주정부의 예산 쟁탈전과 복구 참여업체의 특혜 시비를 둘러싼 ‘예산 약탈’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책 아이디어의 실험장?=공화당과 민주당은 각자 색깔을 드러내는 다양한 정책제안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 “카트리나 비극을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공화당은 세금감면과 규제축소 등 오랜 ‘부시 어젠다’를 함께 실현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멕시코 만 지역의 고용주들에 대한 세금 특별감면을 강조하는 ‘걸프 구상(Gulf Opportunity Zone)’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주의 그룹 일각에선 부시 대통령이 세금 특별감면과 함께 연방정부의 빈곤층 주택건설 지원 계획까지 내놓자 그를 ‘큰 정부 보수주의자’로 규정하면서 과거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와 같은 쌍둥이 적자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세력은 더욱 광범위한 정부의 직접 개입을 외치고 있다. 에드워즈 케네디 상원의원은 과거 ‘뉴딜’ 정책과 같은 민관 합동의 ‘걸프 재개발 기관’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나섰고, 여기에 환경단체들은 태양열 도시 등 환경친화적 재개발 요구를 덧붙이고 있다.

▽극성부리는 ‘예산 약탈’?=루이지애나 주 의회는 최근 총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카트리나 재난구호 및 경제회복 예산을 연방정부에 요청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1803년 토머스 제퍼슨 정부가 루이지애나를 프랑스로부터 사들인 금액보다 많은 액수다.

예산 요구가 이처럼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항구와 선박 에너지회사의 로비스트들이 대거 참여한 실무그룹의 초안에 기초했기 때문. 워싱턴포스트는 27일자 사설에서 루이지애나 주의원들을 카트리나 재난 당시 상점을 털던 ‘약탈자’들에 비유하며, 연방의회가 이 요청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26일 재난지역 복구 및 정화작업에 참여한 많은 업체가 정치적 커넥션을 가진 업체들이라고 비판했다. 헤일리 바버 미시시피 주지사와 관계가 있는 애슈브릿 사와 이라크에서도 특혜논란이 일었던 핼리버튼 사의 자회사 등이 문제의 기업들로 꼽혔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 日 “몸집 줄이자” 지자체도 동참▼


일본 정부가 5년 내 국가공무원 5% 감축안을 강력히 추진 중인 가운데 오사카(大阪) 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일본최고재판소도 속속 개혁의 물결에 동참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2위의 도시’인 오사카 시 당국은 27일 공무원 수와 예산을 대폭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시정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개혁안에 따르면 오사카 시는 앞으로 5년간 4만8000여 명의 공무원 가운데 16%인 8000여 명을 줄일 계획이다.

이 같은 감축률은 1999∼2004년 일본 전국 지자체의 공무원 평균 감축률인 4.6%를 크게 웃도는 것. 시는 또 공무원 감축 등을 통해 1조2000억 엔(약 12조 원)의 연간 경상비 지출을 900억 엔(약 9000억 원) 정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사카 시는 우선 교원과 소방직 등 전문직을 제외한 부문에서의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6000여 명의 공무원을 줄일 방침이다. 또 시립대학을 독립법인화해 2000여 명의 인력을 삭감하고 55세부터 신청할 수 있는 명예퇴직제를 50세 이상으로 조정해 조기 퇴직을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공직사회에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해 △국장급 자리에 외부인사 등용 △각종 사업 평가를 위해 제3자로 구성된 위원회 설치 △시장직속 감시위원회 설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개혁 조치는 시외 전출과 저출산에 따라 인구는 줄어왔지만 공무원 조직은 그대로 유지되는 바람에 빚어진 ‘행정 비대’ 현상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1940년 320만 명이던 오사카 시 인구는 263만 명으로 줄었으나 인구 1만 명당 공무원 수는 54명으로 요코하마(橫濱) 시의 27명, 나고야(名古屋) 시의 33명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한편 일본최고재판소도 28일 일반 공무원에 비해 너무 많다는 비판을 받아 온 최고재판관의 퇴직금을 내년 4월부터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일반 공무원에게만 적용해 온 지방수당제도를 도입해 급여에 최대 18%의 차이를 두기로 하는 등 개혁을 선포하고 나섰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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