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비상구는 어디? …美델타등 파산보호 신청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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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미 항공업계 3, 4위인 델타와 노스웨스트항공사가 법원에 파산보호(한국의 법정관리에 해당)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미국의 7대 항공사 가운데 파산보호를 신청한 곳은 4곳으로 늘었다.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고(高) 유가, 파업, 저가(低價) 항공사다. 매년 누적된 파업으로 인건비가 올라갔다. 또 9·11테러 여파로 내수(內需)가 줄어든 데다 저가 항공사의 가격 공세로 손님을 빼앗겼다. 여기에 항공유 폭등이라는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미 항공업계의 암울한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美 항공유 4년간 239% 급등

미국항공교통협회(ATA)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 4년간 239% 급등했다. 이 기간 미 항공업계의 손실액은 380억 달러(약 38조 원)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올 상반기 연료유류비가 지난해 대비 30% 증가했다. 평균 도입 원유가는 올 1월 배럴당 51달러(싱가포르 항공유 기준)에서 8월에는 배럴당 76달러까지 뛰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연료유류비는 8000억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초 예상치보다 3000억 원 정도 추가되는 비용이다.

고유가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대한항공의 상반기 매출액은 3조4819억 원으로 지난해(3조3574억 원)와 비슷했지만 순이익이 지난해 2036억 원에서 168억 원으로 91.7%나 줄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상반기 매출액은 1조4770억 원으로 지난해(1조3834억 원)보다 약간 증가했지만 순이익이 1424억 원에서 234억 원으로 83.6% 감소했다.

○조종사 고임금도 문제

최근 CNN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형항공사들의 잇따른 파산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22%가 ‘높은 임금’을 들었다.

미국 항공사들은 조종사 정비사 등의 잦은 파업으로 임금이 상승하며 해마다 적자에 시달려 왔다. 13일 미국노동부의 ‘2004년 임금조사’에서 조종사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13.8달러로 전체업종을 통틀어 1위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5일간의 조종사 장기파업으로 여객과 화물피해액을 합해 약 2000억 원(추정)의 파업 손실을 봤다.

○저가 항공 등장… 할인경쟁

미국의 대형항공사들은 사우스웨스트, 제트블루 등 항공요금을 대폭 낮춘 저가 항공사들의 출현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형항공사들이 적자로 허덕이는 사이 제트블루 같은 저가 항공사는 14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요금이 기존항공사의 70% 수준인 저가 항공사 한성항공이 취항했고 내년 제주에어가 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성항공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9월 말까지 청주∼제주 노선 운임을 각각 25%와 30% 할인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항공교통연구실 김제철(金濟哲) 책임연구원은 “미국항공업계의 경영 악화는 1990년대부터 장기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국내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며 “하지만 국내와 중국, 일본의 잇따른 저가 항공사 등장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단거리 동남아 시장을 잠식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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