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대형 참사]시아-수니파 정면충돌하나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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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바그다드 대형 참사는 이라크 헌법 초안을 둘러싸고 종족 및 종파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나 앞으로 이라크 정국의 향방을 좌우할 대형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혈 다툼의 새 불씨가 될 우려도 적지 않다. 내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방제 헌법의 후폭풍?=이라크 의회가 지난달 28일 채택한 헌법 초안은 메가톤급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 연방제 때문이다. 집권 세력인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찬성했지만 소수파인 수니파는 끝까지 저항했다. 수니파는 10월 15일 헌법안 찬반 국민투표를 부결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이후 시아파-쿠르드족과 수니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대형 참사가 터진 31일은 바로 국민투표를 위한 유권자 등록 마감일이었고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아이마 다리는 티그리스 강을 사이에 두고 시아파 지역과 수니파 지역을 잇는 외길이었다.

무와파크 알 루바이에 국가안보 보좌관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 충성파와 요르단 출신의 테러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추종자들이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비난했다. 후세인과 자르카위는 모두 수니파다.

▽종족 간 유혈 다툼 이어지나=2003년 4월 미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한 뒤 종족 간 유혈 테러는 줄곧 이어졌다. 2003년 8월 나자프에서 시아파 지도자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이 폭사했고 2004년 3월에는 바그다드와 카르발라의 시아파 사원들에서 동시다발 폭탄테러가 일어나 181명이 몰살당한 것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특히 자르카위는 시아파를 대상으로 한 테러를 공공연한 전략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라크를 내전 상황으로 몰고 가려면 종족 갈등만 한 요소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킴 폭사와 바그다드-카르발라 테러의 배후에도 자르카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가 헌법 초안 마련 때 마지막까지 수니파를 설득하려 했던 것은 유혈 종족 다툼의 과거사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형 참사는 수니파 중심 저항세력의 예봉을 꺾고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수를 계획했던 미국의 전략에 차질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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