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금희연]‘중-러 合訓’ 먼 산 보듯 할땐가

  • 입력 2005년 8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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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막을 내린 대규모 중-러 연합군사훈련 ‘평화의 사명(使命)-2005’는 양국 간의 단순한 군사 훈련의 의미와 함의를 넘어선다. 1960년대의 이념 분쟁과 국경 분쟁을 겪었던 두 국가가 불신과 대립을 끝내고 군사적 결속을 과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뿐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도 향후 초래될 지역 내 안보 구조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양국 간의 실전 연습과 군사훈련 자체는 미-일-남한의 남방 삼각축에 대응하기 위한 중-러-북한이라는 북방 삼각축 형성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러 양국은 이번 훈련의 목적이 ‘테러 및 분리주의 방지 등과 같은 새로운 균형 파괴의 차단’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양국의 연합군사훈련은 단순히 군사적 차원의 협력에 그치지 않는다.

차오강촨(曹剛川) 중국 국방부장은 이번 연합훈련에 대해 “국제 정세의 추이와 양국의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 강화라는 의미에서 양국 지도자가 결정한 전략”이라고 천명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쑨좡즈(孫壯志) 연구원도 “중-러 양국의 최근 관계 강화는 정치적 상호 신뢰를 강화함과 동시에 양국 간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까지 회복하려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부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고 동아시아, 나아가 글로벌 패권을 놓고 정면 대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중국과 러시아는 슈퍼파워의 자리를 고수하려는 미국의 지나친 포위와 개입, 팽창을 저지하고 일본의 재등장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통의 이익을 겨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연합훈련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중국과 러시아 간의 ‘무기 거래에 관한 채널’이 마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서방의 감시로 무기 판매가 수월하지 않은 러시아와 해외의 첨단 무기를 도입함으로써 군사 현대화를 가속화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다. 러시아제 Tu계 및 수호이계 폭격기, A-50 조기 경보기, 핵 잠수함과 순항 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이번 훈련이 첨단 무기를 시험하는 무대로 활용된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경제성장을 위해 저자세적인 도광양회(韜光養晦·칼날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에서, 공세적인 화평굴기(和平굴起·평화적으로 우뚝 일어난다) 정책으로 전환한 중국은 미일의 견제에 더욱 적극적인 대응으로 전환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최근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경제정책의 여세를 몰아 국내 정치적 안정과 함께 구소련 붕괴 후 실추된 강대국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전통적 유럽 중시 정책인 ‘애틀랜티시즘’에서 아시아 중시 정책인 ‘유라시아니즘’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당황스럽고 답답한 것은 한국이다. 이번의 훈련이 단순한 군사적 훈련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안보 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데다 우리의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우리의 입지는 좁기만 하다. 일본과는 과거사로, 미국과는 심정적 정책적 반미로, 북한과는 무비판적 친북으로, 중국과는 일방적 편애로, 러시아와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우리가 이번 중-러 연합군사훈련의 진정한 의도와 파급 효과를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대 병력이 500만 명에 가까운 병력 밀집 지역인 동아시아에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군사적 정치적 이슈인 ‘고위 정치’가 아닌 비군사적 경제적 ‘저위 정치’를 통해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정자이자 균형자로서의 역할인 것이다.

금희연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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