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해상대치 타결]“韓日회담 엉킬라” 꽁꽁묶은 줄 풀어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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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신풍호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해상 대치가 2일 비교적 빨리 마무리된 것은 양국이 큰 틀에서의 한일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양국 외교 당국자들은 이번 사건이 20일 있을 한일정상회담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갖고 1일에 이어 2일 새벽까지 밤샘 협상을 벌였다. 양국은 특히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외교력으로 풀 수 없는 사태가 올 것을 우려해 신속한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도 직접 나서 ‘감정 자제’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문했다.

마침 한국에 와 있던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일본 외무성 부상이 1일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 뒤 한국 입장을 일본 외무성에 전달한 것도 사태 해결에 큰 힘이 됐다.

한국 정부는 2일 새벽까지 “오늘 아침 신문에 타결 소식이 알려지도록 새벽에라도 철수해 달라”고 요구했고, 일본 외교당국도 수긍했다. 그러나 대치 중인 바다에서의 철수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일본 해상보안청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일본 당국은 “2일 오전까지만 기다려 달라”며 시간을 요구한 뒤 해상보안청을 달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보안청이 강경했던 것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발생한 사태를 자국 내에서 처리하지 못한 데다 단속에 나선 보안관이 물에 빠지는 바람에 신풍호를 놓친 점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측의 양보로 사태를 원만히 풀 수 있었다. 일본 순시선이 일본 측 EEZ에 들어온 신풍호를 검문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일이고, 신풍호가 일본 해상보안청 보안관을 싣고 달아난 것은 명백한 위법이기 때문이다. 일본 순시선의 추적권 또한 합법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협상에서 “법적인 문제만 보지 말고 한일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인 점을 감안해 외교적, 합리적으로 풀어가자”고 제안했다.

외교부는 자칫 큰 충돌로 번질 수도 있었던 ‘물리적 대립’이 대화로 원만히 타결된 것이 양국 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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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신풍호 처리 어떻게▼

한국과 일본 간에 사상 초유의 경비정 대치 상황을 초래한 신풍호에 대한 사법처리는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신풍호 선원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신풍호가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조업한 사실이 밝혀지면 국내 수산업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불법 어로행위에 따른 조업제한이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 어선에 한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신풍호는 이런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또 해경은 일본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본 순시선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포착한 신풍호의 항로 등 증거자료를 함께 분석한 결과 신풍호가 일본 EEZ를 3마일 정도 침범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불법 조업까지 했다는 증거자료가 없는 데다 정욱현 씨와 선원들도 조업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또 일본은 신풍호에 수차례 정선 명령을 내렸는데도 보안관을 태운 채 도주했다는 사실을 문제 삼고 있으나 국내 수산업법 등에는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사법처리가 어렵다.

해경 관계자는 “가급적 자국민 보호 입장에서 신풍호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우리 어선이 유류비 절감 등을 위해 일본 EEZ를 가로질러 항해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EEZ를 침범한 한국 어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이와 비슷한 사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에 따라 EEZ에서 한일 양국 어선의 조업활동에 대한 단속 규정 등 어업분쟁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01년 체결된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황금어장을 잃은 우리 통발어선의 조업구역과 어획량을 늘리기 위한 외교적 협상에 나서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어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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