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손 안대고 코 풀기?…이라크 저항세력 진압 직접 안나서

  • 입력 2005년 5월 3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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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1980년대 남미 엘살바도르의 좌익 반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이라크 저항세력을 다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2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올해 12월부터 미군이 이라크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할 예정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의 뒤로 빠지기=2003년 5월 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는 끝났다”고 사실상의 종전을 선언했다. 그 뒤 미군은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에 직접 맞섰고 이라크 군경의 역할은 상징적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2004년 6월부터 미군은 이라크 군경을 대규모로 모집해 훈련시켰다. 이라크 내 무장 저항세력에 맞서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미군이 훈련시킨 이라크 군경은 저항세력의 공세 앞에 무력했다. 이들은 기지나 경찰서 심지어 무기도 버리고 도주하기 일쑤였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옛 이라크 과도정부는 ‘경찰 특공대’를 창설해 저항세력을 진압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미군은 이를 환영했고 경찰 특공대에 무기와 탄약은 물론 필요한 보급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1980년부터 12년간 계속된 좌익 반군의 공세를 막도록 엘살바도르 우익 정부군을 도왔던 제임스 스틸 고문관도 파견했다. 미군은 엘살바도르에서도 좌익 반군과 직접 싸우지 않고 정부군의 고문 역할을 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내전 시절 전 국민의 1%가 넘는 7만 명이 정부군에 의해 숨졌다.

▽악역은 경찰 특공대에=경찰 특공대 창설을 주도한 인물은 이라크 과도정부 시절의 팔라 알 나키브 내무장관. 그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 시절 바트당원이던 아드난 타비트 전 장군을 지휘자로 발탁했다. 초기 병력 모집과 무기 지급까지 모두 나키브 장관이 도맡았다.

경찰 특공대 규모는 5000명 정도로 저항세력의 단골 활동무대인 바그다드와 수니 삼각지대가 주요 작전지역. 이들은 저항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트럭을 타고 시속 144km로 질주하며 이라크를 누빈다. ‘신속 기동타격대’와 비슷한 개념이다.

특히 경찰 특공대는 비무장 포로에게 총을 겨누고 협박하는 등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무자비한 방식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미군은 제네바협약을 의식해 전투나 포로 심문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궂은(?) 일은 모두 경찰 특공대에 맡기고 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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