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슈뢰더, 부헨발트 수용소 해방 60주년 맞아 과거사 사죄

  • 입력 2005년 4월 1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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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또다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희생자들에게 사죄하고 과거사를 반성했다.

슈뢰더 총리는 10일 독일 부헨발트 수용소 해방 60주년 기념식에서 “희생자와 가족들 앞에 머리를 숙인다”고 말했다. 부헨발트 수용소에는 전쟁 기간 중 유대인, 소련군 포로, 정치범 등 24만 명이 수용됐으며 이 중 5만6000명이 사망했다.

슈뢰더 총리는 연설에서 전 세계를 향해 “나치가 저지른 과거사를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과거가 잊혀지면 비참한 역사가 되풀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독일에서 최근 부활하고 있는 극우주의를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는 대부분 80대가 된 수용소 생존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생존자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수치스러운 역사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슈뢰더 총리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독일 언론들은 이날 행사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로 인해 파문이 일고 있는 아시아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 ARD 등은 “한국과 중국은 문제의 역사 교과서가 일본의 침략 전쟁과 일본군의 만행을 미화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일본은 아직까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해국에 사죄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지도자들이 기회가 생길 때마다 피해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들의 과거사 반성 발언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현재의 독일과 전쟁 당시의 나치정권을 구분해 달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 진정한 사죄가 곁들여진 이런 노력 덕분에 과거 전쟁 피해국이던 나라 국민들 가운데 현재의 독일과 독일 국민을 미워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최근 조사를 보면 전쟁의 최대 피해국인 프랑스 국민들은 독일을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주부 클로드 드 루제 씨는 “아버지가 2차대전 당시 3년 정도 수용소 생활을 했지만 독일을 욕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스트라스부르 2대학에서 유럽 통합을 연구한 장홍 박사는 “유럽은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민족주의의 폐해를 겪었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극도로 민족주의를 경계해 왔다”면서 “독일 정부는 이 같은 유럽인의 정서를 잘 활용해 나치 정권과의 단절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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