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 中수출’ EU-美 신경전

  • 입력 2005년 3월 2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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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악화돼 열전으로 치달으면? 양안(兩岸) 충돌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이 ‘대만관계법’을 근거로 전쟁에 개입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쟁에 동원되는 무기를 보면 양상이 더욱 복잡해진다. 중국 및 유럽연합(EU)의 무기와 미국의 무기가 대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물론 시나리오다. 2002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미국이 한사코 유럽연합(EU)의 대(對)중국 무기 수출금지조치 해제에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시나리오에 있다. 하지만 EU는 올해 중국에 무기를 수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EU 관리들은 늦어도 올해 말 금수조치가 해제될 것으로 보고 있다.


▽EU와 미국 또 충돌?=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1일 중국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 해제는 대서양을 사이에 둔 EU와 미국의 새로운 갈등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전쟁과 이란의 핵개발 문제에 이은 제3의 갈등 요인이라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에 대한 무기 수출은 중국과 대만의 균형을 깨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무기 수준은 아직 미국이나 EU에 비해 적어도 20년가량 뒤처져 있다. 그러나 중국이 EU의 기술지원을 받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20일 중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아시아를 방어하는 주체는 EU가 아니라 미국”이라며 “EU가 정밀 무기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U 국가 중에서도 미국과 ‘콘크리트 공조’를 과시해 온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 역시 이날 중국이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하는 바람에 EU의 무기 금수조치 해제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U 지도자들은 “금수조치를 풀더라도 정밀·첨단무기 수출은 1998년 제정된 ‘무기거래 규제 유럽 행동규약(Code of Conduct)’에 따라 자율적으로 통제하겠다”고 미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EU를 향한 미국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대중국 인식 차이=무기 금수조치 해제 논란의 배경에는 미국과 EU의 ‘시각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 위협 요인으로 바라본다. 반면 EU는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경제적 적수로 느낄 뿐이다.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EU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이후 크게 나아졌다고 평가한다. 금수조치 해제를 비롯해 관계 개선을 해도 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EU는 전투기나 탱크 등 무기 수출뿐 아니라 금수조치 해제에 대한 중국의 ‘보답’을 기대하고 있다. 에어버스나 폴크스바겐 등 EU 기업들이 미국의 경쟁업체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를 바란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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