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동아시아 허브공항 넘보지마”

  • 입력 2005년 2월 17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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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3의 국제공항인 주부(中部)공항이 17일 개항식을 갖고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나고야(名古屋) 시 외곽에 세워진 주부공항은 인근에 도요타자동차와 샤프 등 대기업의 본사와 공장을 끼고 있어 물류 거점으로 유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또 국제선과 국내선 통합 운영으로 도쿄(東京) 외곽의 나리타(成田), 오사카(大阪)의 간사이(關西)공항에 집중된 항공여객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전망이다. 주부공항은 항공기 착륙료도 일본의 국제공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책정해 동아시아 허브(hub·중심) 공항 자리를 둘러싼 한중일 3국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스톱 환승-24시간 가동=주부공항의 최대 강점은 국내선과 국제선이 같은 터미널에 들어섰다는 점. 일본의 지방에서 해외로 떠나는 승객들은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주부공항에 도착한 뒤 장소를 옮기지 않고 국제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현재 도쿄 지역의 공항은 국내선의 하네다(羽田), 국제선의 나리타로 나눠져 있고, 오사카도 이타미(伊丹·국내선)와 간사이공항(국제선)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부공항 운영이 본궤도에 들어서면 국제선과 국내선의 ‘원스톱 환승’ 기능을 내세워 외국 항공사들의 신규 취항을 대거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춘 점도 주부공항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 공항 측은 인근에 도요타, 혼다, 스즈키 등 자동차업체와 소니, 샤프, 산요 등 전자업체 공장이 밀집해 있는 점을 들어 기업체의 출장 및 화물운송 수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이치(愛知) 현 앞바다의 인공섬에 만들어진 주부공항은 3500m의 활주로와 놀이공원,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동아시아 허브 쟁탈전 치열=주부공항은 도요타식 원가절감 기법을 도입해 당초 7680억 엔으로 예상되던 총사업비를 1249억 엔이나 줄였다. 공항공단의 사장도 도요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공항 측은 도요타의 경영 기법을 공항 영업에도 적용해 허브공항 경쟁에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푸둥(浦東)공항과 한국의 인천공항에 내준 장거리 환승 항공편을 되찾기 위해 항공기 착륙료를 크게 낮췄다.

주부공항에 취항한 국내선 항공편은 매일 94편. 국제선은 매주 293편이 해외 15개국 28개 도시를 잇는다. 공항 측은 지리적으로 일본의 중심일 뿐 아니라 일본 내 다른 도시와의 연계 노선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워 취항 편수를 간사이공항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나리타와 간사이공항도 주부공항에 일본 대표공항의 자리를 내줄 것을 염려해 착륙료 인하를 추진 중이다.

일본의 항공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허브 경쟁에서 일본이 단일 공항으로 맞서기보다는 나리타, 간사이, 주부의 3개 공항이 연계하는 방식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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