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 평가]“기업 환경이 기업 경쟁력 못따라가”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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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처음으로 발표한 글로벌경쟁력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법과 제도, 정부 정책의 효율성을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으며, 정부가 시장에 자주 개입하는 등 시장의 효율성이 낮은 게 한국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법과 제도, 금융시장 효율성이 너무 낮다=WEF는 △제도 △사회간접자본 △거시경제 건전성 △치안 △인적자원 △상품시장 효율성 △노동시장 효율성 △금융시장 효율성 △기술 이용 용이성 △국내시장 규모 및 개방 정도 △기업 발전 정도 △혁신 등 12개 부문을 평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제도(50위) 금융시장 효율성(67위) 노동시장 효율성(85위) 등에서 특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WEF는 제도 경쟁력을 평가하면서 법의 효율성, 시장에 대한 정부의 태도, 규제, 부패 정도, 기업지배구조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상품 및 서비스시장, 노동시장, 금융시장 등 시장의 낮은 효율성도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금융회사들이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 돈을 제때 공급하느냐 여부는 국가 경제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은 이 같은 금융시장 효율성 부문에서 67위에 머물렀다.

기업이 인력을 채용할 때 성별, 학력, 출신지역 등 능력 이외의 요인을 고려하지는 않는지를 보는 ‘고용시장의 공정성’과 노동시장 유연성 등 노동시장 효율성은 85위로 매우 낮았다.

▽거시경제 건전성은 좋다=WEF는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부문으로는 △거시경제 건전성(4위) △기술 이용 용이성(11위) △국내시장 규모 및 개방 정도(9위) 등을 꼽았다.

거시경제 건전성의 경우 금리 수준, 재정적자 규모, 국가부채 규모 등을 고려했다고 WEF는 설명했다.

한국의 거시경제 건전성 순위가 높은 것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기보다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국가부채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 이용 용이성과 관련해 WEF는 ‘한 나라가 얼마나 많은 기초기술을 보유하고 있느냐’보다는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면서 고급기술을 얼마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느냐’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경쟁국들에 뒤처진다=12개 부문 가운데 한국이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의 주요 경쟁국들을 앞선 것은 거시경제 건전성과 국내시장 규모 및 개방 정도 등 2개 부문에 불과했다.

나머지 10개 부문에서는 경쟁국들에 비해 매우 낮았다.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은 제도, 사회간접자본, 상품시장 효율성, 노동시장 효율성, 금융시장 효율성 등에서 1위 또는 2위에 올라 한국을 크게 앞질렀다.

WEF는 이번 보고서에서 기업 경쟁력 수준과 기업 경영 환경의 격차가 큰 나라들로 한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들었다. 이들 나라 기업들은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부 정책 등 자국의 기업 경영 환경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나라는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사업을 옮기고 투자를 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지 않으면 기업들이 국경을 넘나드는 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다른 나라에 투자할 때는 오히려 환영을 받고 있는 만큼 해당 국가에서는 ‘기업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WEF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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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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