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주말인 5일까지 유임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요 언론들은 4일 일제히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달 29일 부시 대통령과 럼즈펠드 장관의 백악관 단독 주례회동 때 유임 결정이 통보됐고, 럼즈펠드 장관이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럼즈펠드 장관의 유임은 당초 어렵지 않게 예상됐다. 실제로 그는 유임을 예상한 듯 부시 대통령 재선 직후부터 정력적인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해 왔다.
더구나 그의 중도하차는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부시 행정부가 스스로 접는다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만큼 ‘럼즈펠드=이라크전쟁’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다.
또 럼즈펠드 장관은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을 빠르고 가벼운 군대로 탈바꿈시키는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을 주도해 왔다.
냉전시대 주적이었던 옛 소련에 이어 테러가 새로운 적으로 등장한 안보환경에 맞춘 군 개편은 부시 행정부 주요 공약의 하나였고 현재 절반쯤 진행된 상태다.
그의 사임을 점친 전문가도 없지는 않았다. 이라크전쟁을 성급히 시작하면 사담 후세인 제거 후 혼란을 잠재우기 힘들다는 국무부의 지적을 귀담아 듣지 않았고, 이라크 내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포로학대 사건은 그의 유임에 악재로 작용하는 듯했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할 때 그의 유임은 부시 대통령이 ‘새 출발’보다는 정책의 계속성을 중요시했다는 분석에 무게를 두게 한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재선을 1기 외교정책에 대한 승인으로 해석하고, 테러와의 강경한 전쟁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희망한 폴 울포위츠 국방 부장관의 장관 승진이 무산됨으로써 초강경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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