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표준이력서에 상세한 인적사항 의무화 논란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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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25개 회원국 공통의 표준이력서 제정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겉으로는 구직자들이 회원국 어디서나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이제는 좀 가려 뽑겠다’는 의도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새 표준이력서는 지원자가 자신의 생년월일, 성별, 출신국가를 써넣는 것은 물론 얼굴사진을 붙이고 어학실력 등급도 기재하도록 했다.

특히 어학실력은 최고(C2)∼최저(A1)의 6등급을 매기도록 했다. C2는 전문 및 문학서적을 읽고 요약하거나 평론을 쓸 수 있는 수준이고, A1은 생일 축하카드와 같은 간단한 문장을 작성할 수 있는 정도다. 종전에는 ‘대화 가능’ ‘유창함’ 등으로 표시했다.

문제는 차별 논란이다.

미국만 해도 기업 경영진은 차별을 당했다는 소송을 피하기 위해 생년월일이나 기혼 여부가 기재된 이력서는 쓰레기통에 던진다.

반대론자들은 당장 표준이력서가 연령차별이나 성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U 회원국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대체로 50세 이상 고령자들은 재취업을 하거나 승진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반대론자들은 또 “어학실력 등급까지 기재한다고 해서 유럽의 만성적인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표준이력서 제정 작업을 담당해 온 필리페 티소도 ‘속내’를 완전히 감추지는 않았다. 그는 “EU 회원국들이 (유능한 인재를 구하기 위해) 나이와 성별, 어학능력 등에 더 민감해졌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프랑스 의회는 고령자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종업원 250명 이상의 기업들은 ‘익명’의 이력서만 받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주 발의했다. 구직자들의 이름이나 나이, 성별은 기재하지 않고 이력이나 자격 등의 항목만을 써넣도록 한 것이다.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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