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페레스 前외무장관 “이-팔 공존의 미래 시작하자”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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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12일 트리뷴 미디어 서비스(TMSI)에 ‘아라파트 회상’이라는 특별 기고를 했다. 그는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슬로 평화협정을 주도한 뒤 이듬해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공동수상한 인물. 페레스 전 장관은 이 기고에서 “아라파트 수반의 죽음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미래를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요약.》

팔레스타인인들은 아라파트를 국부(國父)로 생각한다. 보통 아버지처럼 그는 자녀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아라파트는 한마디로 규정짓기 힘든 인물이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그 어떤 지도자보다 많은 일을 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목소리이자 상징이었다. 그는 쉼 없는 노력으로 팔레스타인의 염원을 가장 중요한 국제적 문제로 부각시키고 40여년간 지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불행히도 이러한 그의 성취는 무기로 쟁취됐다. 그는 이스라엘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고 결코 테러리즘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그들을 위해 살았다.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이 땅을 나눠 독립된 국가를 만들기로 한 결정(오슬로 협정)도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과거를 깨는 용기를 보여줬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반대했지만 그는 1967년 이전의 국경을 기초로 한 이스라엘과의 합의를 어렵게 수용했다. 그는 변화된 현실을 수용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사랑과 그들 삶의 향상 중에 전자를 택했다. 그는 인기를 잃을 각오가 돼 있지 않았다. 오슬로 협정에 서명한 후 그는 내게 “나는 국민에게 인기 있는 인물에서 이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결국 인기가 논란보다 중요했다. 그의 정책은 용기 있는 것이었으나 그는 실천하지 않았다. 그는 테러리즘과 증오에 등을 돌리지 못했다.

아라파트는 현실 세계에서는 가능성이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살았다. 모든 사람과 국가가 현실 세계에서 사랑하고 번영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고통스럽지만 필수적인 과정들이 있는데 그는 그리로 향하는 문을 열지 않았다.

아라파트는 협상과 테러의 길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그가 협상을 위해 테러를 포기했다면 팔레스타인인들과 그들의 염원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라파트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날카롭고 집중력이 뛰어나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헤쳐 나갔다. 그는 돈과 무장그룹을 손에 쥐고 중앙집권적인 조직위에 군림했다.

그에게 자금을 지원하면서 재정적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가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런, 민주주의 그걸 누가 발명한거요? 굉장히 피곤한 것이군요.” 그는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혼란상을 비웃었다. 그는 이름을 기억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었지만 많은 사실들은 잊어버리기로 작정한 듯했다.

아버지의 죽음은 항상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 그러나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세계는 이제 고아가 된 팔레스타인인들을 주시하고 있다. 세계는 그들이 어린 시절의 꿈에 작별을 고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책임지면서 ‘그들의 희망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용기를 보여 주길 바란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지금 바로 그 자리에 계속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유대인들은 그들의 역사적인 땅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지만 함께 평화롭게 사는 것도 역시 원한다. 우리는 이 작은 땅을 공유해야 한다. 유대인들의 전통과 가치는 평화롭게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아무리 서로 다르고 다른 꿈을 가졌다 해도 서로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세계에 대한 분노를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생산적인 에너지로 바꿨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들, 유대인과 아랍인들, 우리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한 생명이 끝나고 많은 생명들이 시작될 시간이다.

정리=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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