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사일방어체제 실전배치 “가동선언 임박”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38분


코멘트
‘쏴 봐라. 우리는 떨어뜨릴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월 17일 리들리파크 대선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구상하는 미사일방어(MD)체제 가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선언’이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스티븐 레이드메이커 미 국무부 무기통제보좌관은 6일 알래스카의 미사일 요격기지들이 ‘몇 주 내’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보적이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MD체제가 장거리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 본토를 방어하는 능력을 사상 처음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미 행정부의 MD체제 구축은 1983년 우주에서 장거리미사일을 요격한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전략방어구상(SDI·일명 ‘스타워즈’)이 20년 만에 되살아 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우주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도 구상 중이다.

▽MD체제 추진 현황=미국은 이달 중순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에 6번째 요격미사일을 배치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2기의 미사일을 배치해 요격미사일 4기를 운영할 계획.

미국은 또 일본 알류산열도와 캘리포니아 빌 공군기지 등에 레이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달 초 탄도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이지스 구축함을 동해에 배치했다. 영국 덴마크 그린랜드와는 미사일 추적을 위한 레이더 시설을 개선키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일본과 공동으로 MD체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MD체제를 가동하고 보완하기 위한 작업이 하나둘씩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것.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나 동맹국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한다는 MD체제는 ‘억지’나 ‘봉쇄’ 등 과거의 안보정책 개념에서 변화된 ‘선제공격’ 구상과 맞물려 있다. 테러범이나 불량국가의 선제공격을 방어하면서 ‘2차 공격’ 능력을 유지한다는 것.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1993년 3월)와 대포동1호미사일 발사(1998년 8월),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실험(2002년 9월) 등이 MD체제 추진의 명분을 제공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선공약으로 MD체제를 2004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1월 2일 대선 이전에 MD체제 가동을 선언할 것이라는 미 언론의 관측은 이에 따른 것이다.

▽기술적 한계 및 남은 과제=MD체제의 가장 큰 과제는 제대로 작동하느냐 아니냐다.

MD체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날아가는 총알을 총알로 맞히는’ 정확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8차례 실시한 요격실험에서 5번만 성공했다. 미 국방부 무기평가 책임자인 토머스 크리스티는 “MD체제의 효율성은 20% 미만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예산도 부담이다. 1000억달러(약 115조원)에 이르는 비용과 향후 5년간 매년 100억달러 예산 책정에도 불구하고 개발비용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더러운 폭탄’을 활용한 테러행위, 무기밀매, 환경재앙, 마약 등으로 발생하는 분쟁이나 대립을 MD체제로 막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우려가 없지 않다. 북한과 중국을 의식해 MD체제와 선을 긋고 있지만 기술개발에서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우주선을 발사했고 중국은 이미 유인우주선을 보냈지만, 독자적 MD체제 구축을 선언한 한국은 관련 분야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통일연구원 전성훈(全星勳) 선임연구위원은 “MD 개발로 인한 기술적 성과물을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MD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며 “정치적인 관점을 배제하고 안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