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환경오염 경보’]<中>공해에 숨막히는 중국

  • 입력 2004년 8월 1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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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중국 베이징(北京)에 부임한 상사원 A씨의 별명은 ‘조깅맨’이었다. 한국에서 20년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수km씩 조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베이징에서 조깅을 포기했다. “대기오염 때문에 조깅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주변의 경고를 받아들인 것. 그는 “담배를 피우지도 않는데 탁한 가래가 나오고 목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기오염은 그야말로 ‘숨 막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와 같은 오염상황이 지속되면 2020년 중국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환 사망자가 55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중국의 자체 조사 결과 487개 전국 시(市) 현(縣)의 절반 이상에서는 산성비가 내리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상황은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흘러들 가능성이 크다.

▽숨막히는 도시=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생활대기 중 이산화황의 최저기준은 m³당 50μg(1μg은 100만분의 1g) 이하. 세계은행에 따르면 1995년 기준 충칭(重慶)은 이 수치가 450μg으로 무려 9배에 이르렀고, 타이위안(太原)은 300μg, 지난(濟南)은 100μg이었다.

이 수치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감소되지 않았다. 신화넷은 2004년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上海)의 대기 중 이산화황 양이 각각 90μg, 53μg이었다고 올해 4월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2003년 전체 주요 도시의 58.2%의 대기 상태가 거주지 기준인 2급에 미달했다.

미국 아르곤연구소는 95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감안할 때 2020년 상하이 지역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황의 양은 65만7000t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95년의 45만8000t에 비해 70%가량 늘어난 것. 대기오염물질 때문에 사실상 중국 전역이 산성비에 노출되어 있다.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이 발표한 2003년 환경오염 상황공보에 따르면 전국 487개 주요 시 현의 54.4%에서 산성비가 내린다. 대도시는 90%가 산성비에 노출돼 있다.

▽‘공장’에서 ‘병실’로=대기오염은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95년 기준 중국 내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17만8000명에 달했다. 호흡기질환으로 입원한 사람은 34만6000명,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677만명이었다. 천식발작 환자 751만명에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인 사람도 527만여명이었다. 대기오염 피해를 본 사람이 한국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2000만명을 넘어선 것.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이 현재 추세로 증가한다면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2010년 ‘호흡이 불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2010년에는 38만명, 2020년에는 55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중국 내 주요 340개 도시 가운데 당국이 정한 대기 오염기준을 충족시키는 곳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간과할 수 없는 수질오염=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또 현재 주요 중국 도시 중 3분의 2가 깨끗한 담수가 부족해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설물로 오염된 물을 마시는 사람도 7억명이나 된다.

매년 도시 생활오수는 약 11%만 제외하고는 강과 호수로 직접 들어가고, 다시 바다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간다.

최근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이 펴낸 자료에는 중국의 주요 하천에서 2003년 바다로 흘러들어간 해양오염물질이 619만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수질오염 위반에 대한 처벌은 지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2003년 기업과 개인에 대한 단속으로 2억3000만건이 적발됐지만 영업정지 등 사법처리를 받은 것은 6000건에 불과하다.

최근 한중 서해환경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 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서해 공해역은 다행히 1등급 수질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양쯔(揚子)강 물이 제주도 연안까지 흘러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중국의 수질오염이 향후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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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세계최대 싼샤댐 또하나의 재앙?▼

‘세계의 공장’ 중국을 가동하기 위해 2009년 완공될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용 싼샤(三峽)댐 역시 한반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쯔강 한가운데 200km 협곡을 막는 싼샤댐 공사는 1993년 시작돼 2009년 완공될 예정. 댐이 완공되면 폭 1.1km, 길이 600km, 수위 175m의 ‘인공호수’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6월 물막이 공사에 들어간 싼샤댐은 ‘남수북조(南水北調·양쯔강 이남의 물을 북부로 공급하는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이다.

문제는 싼샤댐 건설로 양쯔강에서 서해로 흘러나오는 계절 수량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여름에는 물을 막고 겨울에는 물꼬를 트는 댐의 특성상 바다로 나오는 담수의 절대량이 여름에는 줄어든다. 이 때문에 염분 변화에 민감한 어류들의 서식 행태가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쯔강의 부유물질이 댐에 막혀 급격히 감소되면 먹이사슬 파괴현상도 나올 수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최동림(崔東林) 박사는 “강물을 타고 바다로 흐르는 유·무기질 부유물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데 댐이 가동되면 부유물이 30∼50% 줄어들 것”이라며 “먹이사슬이 파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영상(徐榮祥) 박사는 “싼샤댐 건설 영향으로 현재보다 높은 위도의 담수 방류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서해 쪽의 수온 변화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서해 생태계, 특히 서식 어종의 변화가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싼샤댐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한국 정부 지원의 연구는 해양수산부가 부산대 해양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처음 시작했을 뿐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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