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입양인대회]“어머니 나라 뜨거운 사랑 품고 갑니다”

  • 입력 2004년 8월 8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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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 열린 ‘제3회 세계한인입양인대회’가 8일 폐막식을 갖고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폐막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권주훈기자
한국에서 처음 열린 ‘제3회 세계한인입양인대회’가 8일 폐막식을 갖고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폐막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권주훈기자
《‘2004 세계한인입양인대회-다함께(Gathering 2004)’가 8일 폐막식을 갖고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회 사상 처음으로 입양인들의 모국(母國)인 한국에서 개최된 이번 대회에는 세계 15개국 430여명의 입양인이 참가해 서로의 경험을 나눴으며 입양에 관한 국내외의 폭넓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함께 입양에 관한 인식전환, 미혼모와 모자가정에 대한 배려, 해외입양 사후관리 강화 등 여러 과제를 우리 사회에 남겼다.》

▽대회의 성과와 의의=국제적 규모로는 세 번째인 이번 대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입양인이 참가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한인 입양인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많은 입양인이 생애 첫 모국 방문의 기쁨을 누렸다.

또 해외입양 반세기를 맞아 입양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입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 홈 대회준비위원장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졌지만 우리가 태어난 나라인 한국에서 함께 모여 서로의 느낌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한국 사회에서 입양인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보통 사람임을 알아주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준비위원 조이 리버델은 “대회가 매우 성공적”이라며 “우리보다 어린 입양인 세대도 이런 모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입양 촉진과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정과 ‘입양의 날’ 제정 운동이 한층 활성화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에도 긍정적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친부모를 찾고자 하는 여러 입양인의 소망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8일 끝난 ‘제3회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서 입양인들이 대회장소인 서울 소피텔앰배서더호텔을 떠나기 앞서 작별인사를 하며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

▽상처 감싸는 사후관리 필요=행사에 참가한 입양인들은 “친부모에 대한 원망은 하지 않는다”든가, “한국의 친가족에게 잘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해맑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입양인들이 대회 내내 밝은 표정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

7일 대회 장소인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앰배서더호텔 앞에서는 해외입양에 반대하는 입양인들의 1인 시위가 이어졌다.

프랑스에서 온 입양인 에리크 도아르(25)는 “성공한 입양인도 많지만 자살 마약중독 학대 등을 경험하는 입양인도 많다”며 “좋은 차가 많이 다니고 높은 빌딩이 들어선 이처럼 부유한 나라가 왜 아직도 해외입양을 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입양인들 역시 “성장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과거에 잃어버린 고리가 있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해외입양에 관한 근본적인 대책뿐 아니라 이미 입양된 이들에 대한 고국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봉주(李奉柱)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필요에 따라 해외입양을 줄였다 늘렸다 하는 임시방편의 정책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입양인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관한 정보를 얻거나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입양인, 한국에 머물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효율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

김돈영 홀트아동복지회 국제협력부장은 “그동안 20만 해외입양인을 위한 모국의 지원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면서 “모국이 발전한 만큼 이들에게 답례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가족문화’ 달라져야=대회에 참가한 한 입양인은 “미혼모가 편견에서 자유로워져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으면 해외입양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싱글맘’이 교육비 주거비 등 국가 지원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아이를 기르며 살아가는 외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미혼모의 80% 이상이 사회적 비난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입양을 선택하기 때문.

실제로 1960년대에는 기아 빈곤 등으로 입양을 택하는 경우가 6000여건을 차지했고 미혼모가 해외입양을 택하는 경우는 1300여건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에는 입양아 발생의 99%가 미혼모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기(沈在箕) 서울대 명예교수는 “무조건 미혼모를 줄이자는 것은 유산을 권장할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며 “미혼모들이 당당하게 홀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미혼모 보호시설 ‘애란원’의 한상순(韓相純) 원장은 “입양보다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양육을 권장하고 미혼부의 책임을 명시하는 등의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참가자들 남은 일정▼

세계한인입양인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입양인 중 상당수는 대회가 끝난 뒤에도 한국에 머물며 ‘뿌리찾기’ 및 한국문화 체험을 계속할 예정이다.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이광규)은 이번 대회와 연계해 ‘2004 국외입양동포 모국문화체험 연수’ 행사를 마련해 입양인들이 모국의 문화와 역사 언어 등을 익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90여명의 입양인이 참가하는 이 연수는 8∼14일 서울 경기 강원 등지에서 실시되며 기업체 견학, 김치 만들기, 문화유적 답사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10일에는 전통혼례 방식으로 행해지는 입양인의 실제 결혼식도 있을 예정이며 한국 청소년과의 만남 등 한국인과의 교류도 활발히 진행된다.

재외동포재단은 “입양인 상호간의 친교뿐 아니라 한국인과의 만남을 통해 한민족 네트워크 구성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수에 참가하지 않는 입양인들 역시 홀트복지회관 등 각 입양기관을 찾아다니며 친부모 찾기를 계속하거나 함께 온 양부모 배우자 등과 함께 한국관광에 나설 계획이다.

쌍둥이 자매로 대회에 참가했던 지니 벤스(32·여)는 “16일 출국하기 전까지 경북 경주에 들렀다가 제주로 갈 계획”이라며 “돌아가기 전까지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보 특별좌담에 참여했던 안 앤더슨 역시 “첫 한국 방문이 너무 감격스럽다”며 “거리를 돌아다니며 한국 사람을 보다 많이 만나고 한국을 더 많이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고국의 관심에 감사 "소중한 추억 됐어요"▼

“나흘간의 일정이 너무 빨리 지나가 아쉽지만 모국에서 좋은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5일부터 열린 ‘2004 제3회 세계한인입양인대회’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다.

폐막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대회 준비위원회는 폐막식 중간에 국내입양기관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패와 기념품을 전달했고, 400여명의 참가자들은 기립박수와 환호로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감사패를 받은 한국홀트아동복지회 이종윤(李鐘尹) 회장은 “여러분들이 모국에 와서 가족의 사랑 및 조국과 민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기를 바란다”며 “세계 곳곳에서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살고 있는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답례했다.

1999년과 2001년 입양인대회에 참석했던 이홍구(李洪九) 전 국무총리도 “이번 대회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여러분과 모국 사이에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폐막식을 전후해 삼삼오오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연락처를 교환하는 등 이별을 아쉬워하며 성공리에 마친 대회를 자축했다.

미국에서 온 스티브 스털링(한국명 조명수·49)은 “각국의 입양인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모국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며 “다만 예전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던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을 방문하는 일정이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공식일정은 아니었지만 참가자 중 희망자들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마련한 바비큐파티와 모 클럽에서 열린 대회기념파티에 참석하는 것으로 마지막 일정을 보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수연(25·고려대 중어중문학과 4년) 김민성(25·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4년) 박현석씨(25·연세대 영어영문학과 3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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