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되는 ‘지하드’개념…코란에 ‘민간인 테러’ 금지 명시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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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행위가 그들이 내세우는 코란의 지하드(聖戰·성전)를 일탈해 야만적인 살인의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학살로 불리는 9·11테러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내 외국인 인질극,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와 폴 존슨, 그리고 한국인 김선일씨에 이르기까지 무고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살인행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질된 테러집단의 지하드=7세기 이후 이슬람교는 아프리카와 남부 유럽, 아시아에까지 급속도로 전파된다. 이는 주로 ‘칼’을 통한 정복보다 ‘포용성’을 중시하는 이슬람 교리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노예 해방, 종교 자유 등을 규정한 이슬람 교리는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았다.

다만 코란은 “너희를 상대하여 싸우는 자에 대하여 하나님의 이름으로 싸우라”(2장 190절)며 지하드의 당위성을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하드를 명분으로 활동 중인 테러조직은 이 이슬람 교리를 자의적으로 왜곡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이슬람권의 분석. 코란은 개인이 지하드를 선포할 수 없으며,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할 수 없고, 적이 먼저 공격했을 때만 일으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對)이스라엘 무장저항세력인 헤즈볼라의 정신적 지도자로 평가되는 셰이크 모하메드 후세인 파드랄라는 23일 “이라크에서 자행된 외국인 살해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해 목적 없는 테러는 정당화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미국 노트르담대의 아스마 아프사루딘 교수(이슬람학)도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테러단체들은 참수를 통해 공포와 충격을 주려고 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슬람의 가르침을 잘못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테러 막을 수 없나=2001년 미국이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행위도 상대적으로 더 잔혹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선문대 통일신학부 이원삼 교수는 “9·11테러 이후 미국이 곧장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슬람교도들의 대미(對美) 인식이 상당부분 우호적으로 바뀌었을지 모른다”며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수록 이슬람사회에서 빈 라덴은 영웅이 되고, 미국은 적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빈 라덴을 이슬람법으로 다스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스스로 테러에 대한 처벌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테러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코란이 규정한 지하드(성전·聖戰)▼

코란이 규정한 지하드(성전·聖戰)

“정당한 사유 없이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과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지 말라.”(17장 33절)

“너희를 상대하여 싸우는 자에 대하여 하나님의 이름으로 싸우라. 그러나 침략하지 말라. 하나님은 침략자를 사랑하지 않으신다.”(2장 190절)

“신성한 것을 위반한 데에는 똑같은 형태의 형벌이 있다. 침략자에 대해서는 너희에게 침략한 범위까지 응징하라.”(2장 19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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