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中 해적판에 무릎꿇어 "리눅스에 고객 뺏기느니…"

  • 입력 2004년 6월 16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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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바위에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중국의 고사성어다. 끈기 있게 노력하면 마침내 성공한다는 뜻이다.

이 전략을 소프트웨어업계의 거대기업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최근 채택했다.

MS가 중국 베이징(北京)에 처음 사무실을 낸 것은 1992년. 12년이 지났지만 MS는 여전히 중국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MS가 중국에서 거둘 수 있다고 추산되는 수익은 연간 2억∼3억달러(약 2300억∼3500억원). 그런데도 손실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소프트웨어 복제품이 창궐하기 때문. 베이징에 있는 MS연구센터 주변에는 MS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단돈 1달러에 판다는 해적판 호객꾼들이 즐비하다. MS오피스의 전 세계 단일가격은 200달러.

MS는 1990년대 초반까지는 해적판에 개의치 않았다. 중국 소비자들이 일단 MS의 소프트웨어를 경험하면 충실한 고객이 되어 계속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이어 MS는 위협전략을 채택했다. 해적판을 쓰는 중국 대기업들에 저작권 위반 소송을 걸겠다고 을러댔다. 하지만 중국 대기업들은 코웃음을 쳤다. 몇몇 대기업은 윈도에 대항하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도 복제를 눈감아 주었다. 중국 정부는 나아가 MS의 독점력에 적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리눅스를 공식 채택하기까지 했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는 “중국은 윈도 같은 컴퓨터 표준에 맞설 만한 힘을 갖춘 유일한 국가”라며 손을 들었다.

이에 MS는 정품 소프트웨어를 제값 내고 사는 우군들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중국 대기업들과 동반자 관계를 맺고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들여 36개 대학을 지원하는 등 잠재 고객들과 관계를 두텁게 하고 있다.

7억5000만달러(약 8700억원)를 지원해 중국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도 나섰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중국 정부가 앞장서 복제를 단속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케빈 존슨 MS 판매담당 부사장은 “새 전략은 효과를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한때 복제판이 넘쳐났다가 소프트웨어 산업 성장과 함께 고수익 시장이 된 한국과 대만이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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