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이비붐세대 부자들 주식투자 “NO” 별장매입 “OK”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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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케이프코드 근처의 휴양지 난터켓 섬에는 최근 두 명의 새로운 이웃이 들어왔다. 이곳에 별장을 사들인 뉴욕 월가(街)의 한 금융인과 루 거스너 전 IBM 회장이다. 1.6에이커(약 3558평)에 달하는 거스너 전 회장의 별장 가격은 1200만달러(약 139억원)에 이른다.

최근 미국에는 이처럼 별장을 사기 위해 부동산 업체를 찾는 부자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5월 31일자 미국의 경제주간지 배런스는 “월가의 전문가와 사업가들이 제2, 제3의 집을 사들이는 데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난터켓 섬의 부동산 중개인인 페퍼 프레이저는 “25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지만 이런 매입 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항구를 따라 세워진 고급 별장의 가격은 매달 10∼12%가량 오르고 있다. 섬 중간에 위치한 평범한 주택 가격도 작년 한 해 40% 상승했다.

베이비 붐 세대의 경제력이 이런 별장 마련 열풍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80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 붐 세대가 1990년대 말부터 연봉이 최고점에 이르는 시기가 됐다는 것. 이들은 대체로 부모 세대에 비해 재산이 많고 은퇴 이후의 삶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경향을 띤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된 금리도 별장을 사기 쉽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다만 올해에는 모기지 대출 금리가 오를 전망. 그러나 이 추세가 매수세를 꺾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부동산 업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별장 구입자의 상당수는 자기 돈으로 결제하기 때문.

미국의 2003년 별장 매매 건수는 44만5000건으로 전년보다 24% 늘었다. 가격은 중급 별장이 작년 19만∼20만달러로 1999년 12만7800달러보다 53%가량 더 올랐다. 최근 5년 동안 주식 투자의 수익률 감소를 고려한다면 훨씬 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인 셈이다. S&P500 지수는 이 기간에 10% 떨어졌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카밀 헤밍손은 “베이비 붐 세대의 자산가들이 주식투자에 대한 신뢰를 잃고 부를 현물로 옮기고 있다”며 “손자 손녀들과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별장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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