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도 포로학대 알고있었다”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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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 등에서 자행된 이라크 포로 학대 행위는 미국 행정부의 승인을 받은 ‘코퍼 그린(Copper Green)’이라는 암호명에 따라 행해진 조직적 군사작전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와 함께 미 상원에 제출된 국방부의 포로 학대 파문 조사보고서 중 2000쪽 이상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나 축소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포로 학대’ 군사작전 논란=미국의 주간지 뉴요커는 24일 전현직 정보기관원들의 증언을 인용해 이라크 포로 학대 행위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승인을 받은 ‘코퍼 그린’ 작전의 일환이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작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이 작전의 뿌리는 ‘특별 접근 프로그램(SAP)’. 아프가니스탄 공격 당시 각종 법적 규제 때문에 탈레반 지도자들을 신속히 사살 또는 생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음에 따라 작전의 효율성을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런 ‘규제’에 분노했던 럼즈펠드 장관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SAP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며 피의자를 살해하거나 생포하고, 필요하다면 강압적인 신문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당초 아프가니스탄에서만 적용됐으나 유엔 바그다드사무소와 요르단 대사관이 폭탄테러를 당하자 럼즈펠드 장관이 이라크에도 확대 실시하도록 승인했다는 것이다.

▽사건 은폐 의혹=미 상원에 제출된 국방부의 포로 학대 파문 조사보고서 중 최소한 2000쪽 이상이 누락되고,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이 학대 현장에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군 고위장교들도 군법회의에 넘기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국방부측은 만약 페이지 누락이 있었다면 착오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상원 패트 로버츠 정보위원장(공화당)은 “2000쪽이 단순히 누락됐다고는 상상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 바그다드 미군기지에서 이라크 과학자 모하메드 알 이즈멀리 교수가 수감 중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그의 사망 원인을 ‘뇌간(腦幹) 압박’이라고 발표했으나 바그다드 병원의 검시 책임자인 파이크 아민 베이커는 “그는 후두부를 강타당해 사망했다”며 “연합군의 사인 발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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