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보좌관 왜 테러대응 한했나

  • 입력 2004년 4월 6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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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를 예방할 수 있었다면 그 업무는 테러 대응을 맡은 정보 외교 국방 정책을 조정하는 자리인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일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49)의 증언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그가 911 이전에 테러가 아닌 다른 업무에 매달려 테러 대응에 소홀했으며 그 이유는 그의 학문적 배경, 업무스타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이례적인 친밀성 등에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5일 지적했다.

우선 라이스 보좌관은 강대국 관계에 초점을 맞추도록 훈련받아온 세대의 학자라는 것. 그의 스탠퍼드대 교수 시절 동료였던 이 대학 국제학연구소의 코이트 블래커 소장은 "이들에게 테러리즘은 문제이기는 해도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블래커 소장은 "국제시스템의 밑바닥에 있던 비(非)국가 행위자, 극단주의 그룹이 이 시스템의 최정상에 파멸적인 타격을 안길 능력을 갖게 됐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식하게된 것이 911이었다"고 설명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취임 직후 최우선 과제로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간 외교에 재집중 △부시 대통령의 미사일방위체제 구축 공약 이행 △국가안보회의(NSC)가 운영문제에서 손을 떼도록 하기 위한 구조조정 등을 설정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테러대책은 주로 스티븐 하들리 부보좌관에게 맡기고 자신은 부시 대통령에게 안보문제에 관해 학습을 시키고 그의 의견을 정책으로 다듬는 일에 주력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라이스 보좌관은 스스로 '유럽주의자'라고 불렀고 중동문제 등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전직 행정부 고위 관리는 "그는 매우 똑똑하고 자신감이 넘쳤지만 폭넓은 배경이 없었으며 러시아와 유럽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역사에는 무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젊은 나이에 명문 스탠퍼드대의 2인자 자리에 올랐고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승승장구한 라이스 보좌관은 성공한 여성으로서 자신감이 넘쳤지만 이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그의 강한 충성심, 개인적인 스타일과 얽혀 오히려 실책을 낳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그의 주변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자신의 밑에서 일했던 리차드 클라크 전 고문이 '백악관이 테러문제에 전념하지 않았다'고 폭로한데 대해 라이스 보좌관은 분노하면서 이 폭로를 즉각 부인했지만 테러 문제에 제대로 대응했는지 자기성찰은 하지 않았던 점이 조사위원회 증언과정에서 '지뢰밭'이 될 수도 있다고 지인들은 말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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