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암살 이후]이스라엘 총리보좌관 “위험인물” 비난

  • 입력 2004년 3월 2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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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수뇌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표적 살해’ 전술이 국제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표적 살해 전술은 극단적 강경책일 뿐 아니라 무고한 인명까지 희생시키기 십상이다.

이스라엘의 표적 살해 전술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대팔레스타인 전술의 주류로 채택된 것은 2000년 9월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대이스라엘 무장봉기) 이후다.

▽‘예외적 경우’에서 ‘최선책’으로=이스라엘의 표적 살해는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특히 하마스의 자살 폭탄 테러 공격에 대한 대응책에서 출발했다. 인티파다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자살 폭탄 테러로 462명이 사망하고 3000명이 부상했다.

2002년 7월 하마스 군사 지도자 살라 셰하드가 이스라엘군의 표적공습으로 숨졌고 2003년 8월엔 하마스 부사령관인 이스마일 아부 샤나브가 전투기 공습으로 살해됐다. 셰하드 표적공습 때는 양민 14명(어린이 9명)도 함께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자살 공격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설치하는 등 광범위한 보안 정책을 펼쳐왔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결국 하마스 수뇌부를 목표로 한 ‘요인 암살’로 전술을 변경했다.

▽다음 표적은 아라파트?=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자살 테러 공격을 그치지 않는다면 표적 살해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표적 살해의 합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의 다음 ‘표적’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일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총리 정치안보 보좌관인 아모스 길라드도 아메드 야신이 사망한 이후 가진 라디오 방송 회견에서 “아라파트는 중동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파괴적인 인물”이라고 말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CNN과의 회견에서 “아라파트는 공격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각국 반응▼

미국과 호주를 제외한 세계 각국은 22일 아메드 야신을 살해한 이스라엘을 일제히 비난했다.

▽“테러리스트를 제거했을 뿐”=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22일 NBC TV와의 회견에서 “하마스는 테러단체란 점을 기억하라. 하마스 지도자인 야신도 직접 테러 계획에 관여한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도 “야신은 이스라엘 민간인 수십 명을 살해한 자살폭탄공격의 오랜 신봉자였다는 점을 상기한다”고 밝혔다.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행위”=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야신을 죽인 것은 국제법에 어긋나는 불법일 뿐 아니라 평화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교황청도 성명을 통해 “진정한 영구적 평화는 도덕적이며 합법적인 행위로만 이뤄지며 무력 과시로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문한 버티 어헌 아일랜드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야신에 대한 작전은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EU 외무장관 회담 참석차 브뤼셀에 도착한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테러에 대항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자위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야신 살해는 용인할 수 없으며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러시아 일본은 이번 사태가 팔레스타인 극단주의자 등의 폭력행위로 확대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피는 피를 부른다”=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야신 암살은 유감스럽고 비열한 행위”라고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열리는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 체결 25주년을 기념한 이집트 국회 대표단의 이스라엘 방문을 취소시켰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도 이번 사태를 ‘범죄행위’로 규정했으며 쿠웨이트의 아메드 알 사바 총리는 “야신 암살은 폭력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미국 러시아 EU 유엔에 즉각 중재를 촉구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바레인,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이스라엘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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