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6명→1명 장관30명→17명…러 정부조직 ‘초경량화’

  • 입력 2004년 3월 10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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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을 5일 앞둔 9일 2기 정부의 새 내각을 일찌감치 출범시켰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의 지지로 재선이 확실시돼 사실상 대선의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선거운동도 중단한 푸틴 대통령은 새 내각 출범과 동시에 혁명적인 행정개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혁드라이브에 들어간다. 특히 외교 안보 국방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다자외교 및 미국통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유엔주재 대사(54)를 외무장관으로 발탁했다.

▽다자외교 기반으로 외교력 강화=푸틴 대통령이 라브로프 대사를 외무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다자외교 및 동맹국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국제적 현안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통 외교관 출신의 라브로프 장관은 10년 동안 유엔주재 대사를 지낸 다자외교통. 북한 핵 문제, 유고 내전, 이라크 사태 등 크고 작은 국제적 현안이 있을 때마다 미국을 상대로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한국과의 양자외교를 직접 담당한 경험은 없지만 북한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을 다룬 바 있어 한반도 정세에도 밝은 편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유엔 무대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과 북한핵 문제 등에 대해 유엔 안보리 상정이나 결의안 채택을 시도할 때마다 거부권을 앞세우며 강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시와 가사를 쓰는 애연가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회의장 내에서의 금연을 결정하자 기본권 침해라며 항의하는 등 독특한 개성으로도 국제 외교가에서 유명하다.

▽정부조직 반으로 축소=푸틴 대통령은 개각과 함께 6명이던 부총리를 1명으로, 30명이던 장관을 17명으로 줄이는 충격적인 정부조직 개편안에 서명했다. 문화부와 언론부를 언론정보부로 통합하는 등 유사 부처를 합치고 장관급이 이끌던 각종 위원회도 모두 없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행정개혁을 주도한 드미트리 코작 크렘린 부실장을 내각부 장관으로 임명해 2차 행정개혁을 추진토록 했다. 코작 장관은 한 부처에 차관만 10여명에 이르는 비대한 정부조직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대적인 축소작업에 들어갔다.

크렘린은 “앞으로 연방보안부와 국방부 외무부 등 일부 부처는 대통령이 직접 통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하일 프라드코프 신임 총리는 세제개혁 등 경제 개혁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러 대선후보 ‘女사무라이’ 맹활약▼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독주로 ‘맥 빠진’ 선거가 되긴 했지만 러시아 대선에 흥행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계 2세 여성인 이리나 하카마다 후보(48)의 선전이 볼 만하다.

여론조사에서 하카마다 후보는 푸틴 대통령(62.5%)과 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후보(6.8%)에 이어 2.9%의 지지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하리토노프 후보가 공산당이라는 조직을 등에 업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필마로 나선 그의 선전은 단연 돋보인다.

푸틴 대통령을 권위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며 당찬 모습을 보여 ‘여성 사무라이’는 별명을 얻었다. 인지도에서는 푸틴 대통령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

하카마다 후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조국 대신 이념을 선택해 소련으로 망명한 일본 공산주의자 하카마다 무스오(袴田陸男)의 딸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달리 시장경제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의 열렬한 신봉자다. 1980년대 말 러시아 선물거래소 설립에 참여했고 기업 활동을 하기도 했다. 정치에 투신한 이후엔 재선 의원과 하원 부의장, 우파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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