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이란에 核시설부품 공급 리비아엔 농축 우라늄 판매”

  • 입력 2004년 2월 22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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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핵 암시장에 대한 조사가 진척되면서 국제 핵기술 암거래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거래망은 베일에 싸여있다.》

칸 박사는 2001년 리비아에 농축우라늄을, 90년대 중반 이란에 원심분리기 부품을 판매했던 것으로 핵 밀매조직 중개인으로 지목된 부카리 시에드 아부 타히르(44)의 자백을 통해 확인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20일 발표한 수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이 22일 보도했다. 타히르의 자백은 칸 박사가 구축한 암거래 시장 내부관계자의 첫 증언이어서 앞으로 관련국의 수사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칸 박사의 핵 암거래 실태=타히르는 칸 박사가 90년대 중반에 현금 300만달러를 받고 이란에 핵 장비를 넘겼다고 자백했다. 또 중고 원심분리기 부품 2개가 94, 95년에 파키스탄에서 이란 선박에 각각 선적됐다고 실토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칸 박사가 97년부터 리비아와 접촉을 시작했으며, 2001년 UF6(농축 우라늄)을 항공편으로 리비아에 보냈다는 타히르의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타히르는 또 원심분리기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제조공장 건설 작업이 80년대 초 칸 박사와 함께 일했던 영국 기술자 피터 그리핀의 감독 하에 리비아에서 진행됐다고 자백했다. 필요한 부품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조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기술자 7, 8명이 스페인으로 가 장비운영 기술을 습득했다고 타히르는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핵 거래 연루 의혹에서 제외될까?=말레이시아 경찰은 리비아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해 원심분리기 부품을 제조한 말레이시아 회사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고 수사를 끝냈다.

모하메드 바크리 말레이시아 경찰총수는 21일 “3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 타히르가 접촉했던 말레이시아 기업들이 법을 어겼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타히르는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으며, 앞으로 자유로운 출국이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기업들이 핵 암거래 시장에서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혹은 깨끗이 정리되지 않았다. 아직 2, 3개의 다른 나라 조사기관이 타히르와 그의 조력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추가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핵 암거래 밀매에 연루된 스코미정밀엔지니어링(SCOPE)사에 대한 미국 등 각국 정보기관의 의심은 말레이시아 경찰의 무혐의 발표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의 외아들 카말루딘 압둘라가 이 회사 대주주라는 점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경찰 수사발표로 칸 박사의 핵무기 암거래 시장 조직과 SCOPE의 연계 의혹은 불식됐다”고 주장했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콸라룸푸르·이스탄불=AFP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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