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印-파키스탄 “새해 새출발”…5일 전격 정상회담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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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전면전 위기를 겪었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5일 전격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서남아시아의 핵강국으로 과거 세 차례나 전쟁을 치렀던 양국의 관계 개선은 지역 평화뿐만 아니라 최근 이 지역 국가들이 추진 중인 자유무역지대 형성에도 속도를 더해 줄 것으로 보인다.

남아시아지역협력협의체(SAARC) 정상회담 참석차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를 방문 중인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5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인도 뉴델리와 파키스탄 라호르간의 열차 및 버스 운행 재개, 국경지대인 신드흐 개방 등 신뢰구축 조치를 우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감한 문제인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 문제는 뒤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

1일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던 정상회담은 바지파이 총리의 측근인 브라제시 미슈라 인도 국가안보자문이 2일 파키스탄을 방문하면서 무르익기 시작해 4일 공식화됐다.

양국이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이 지역 국가들의 자유무역지대 추진 움직임은 힘을 얻게 됐다. 파키스탄은 지난주 인도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부탄 네팔 몰디브 등 SAARC 7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7개국은 유럽연합(EU)을 모델로 삼아 2006년부터 자유무역지대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7개국 정상은 늦어도 6일까지 자유무역지대 출범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회담은 2001년 7월 무샤라프 대통령이 인도의 아그라를 방문해 이뤄진 뒤 2년6개월 만에 열렸다. 당시 회담에서는 카슈미르 분쟁 종식 협의가 결렬됐다. 인도는 이 해 12월 의사당에 대한 무장세력의 공격에 파키스탄이 간여했다면서 다음 달 수십만명의 병력을 국경에 전진 배치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

양국은 미국의 압력으로 2002년 10월 군대를 철수했으며 바지파이 총리는 지난해 4월 “생전에 파키스탄과의 평화관계가 이뤄지는 걸 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11월 파키스탄은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공격을 중단했으며 인도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어 12월 무샤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주장해온 카슈미르 지역 분리독립에 대한 주민투표 제안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약 2년 동안 단절됐던 양국간 여객기 운항이 1일 재개됐다. 빠르면 다음 주부터 양국간 철도 운행도 재개될 전망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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