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피릿호 화성 착륙]“붉은 행성, 네 속살을 보여줘”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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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이 4일 화성에 착륙시킨 스피릿은 사실상 ‘최초의 화성 탐사로봇’이다. 1997년 NASA의 화성 착륙선 패스파인더호가 탐사로봇 소저너를 화성 표면에 내려 보내는 데 성공했으나 ‘시험용 주행장치’에 불과했다고 BBC는 평가했다.

스피릿은 무게 173kg, 높이 1.5m, 길이 1.6m, 너비 2.3m의 골프 카트 크기로 소저너보다 무게는 17배, 크기는 4배에 달한다. 소저너는 패스파인더 밖으로 나가 겨우 20m가량 전진하는 데 그쳤지만 스피릿은 카메라 8대, 현미경, 적외선분석장비, 로봇팔 등을 갖추고 있다.

스피릿은 하루 수십m의 속력으로 구세브 분화구 안을 돌아다니면서 물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 주력한다. 구세브 분화구에는 호수의 흔적으로 보이는 곳이 있다. 화성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선이 보내온 사진에도 화성에는 하천이나 호수가 말라붙은 흔적이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7만3000년 전에는 화성과 지구가 가까워서 화성이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고 ‘생명의 원천’인 물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한편 스피릿의 쌍둥이 로봇인 오퍼튜니티는 24일경 구세브 분화구의 반대쪽인 메리니아니 플래넘에 내려가 광물조사 활동을 한다. 이들 쌍둥이 로봇의 역할은 ‘과거 화성에 생물 생존 여건이 갖춰졌는지를 지질학적으로 탐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NASA가 이번 화성탐사 프로젝트에 사용한 비용은 총 8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NASA는 99년 마스 폴라 랜더호 등 두 번의 화성 탐사선 착륙에 실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럽의 화성 탐사선 비글2호의 착륙 실패를 지켜보면서 노심초사한 끝에 이날 스피릿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화성은 지구와 거리가 멀고 기상 및 지형조건도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30차례나 화성에의 접근을 시도했으나 3분의 1만 성공했을 뿐이다. 스피릿에 앞선 9건의 착륙 시도 가운데서도 3건만 성공했다. 3건의 착륙 성공은 모두 미국의 작품이다.

그러나 아직 현 단계 기술로는 화성의 ‘특정 지점’을 정확히 정해서 착륙선을 안착시킬 수는 없다. 이번에 NASA도 구세브 분화구 안의 60×15km가량의 넓은 ‘지역’을 목표로 착륙을 시도했다.

앞으로 미국은 26개월마다 한 번씩 화성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지구와 화성의 궤도가 26개월마다 한번씩 가장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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