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BI '리크게이트'관련 "익명으로 취재 응하지 말라"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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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누설사건인 ‘리크게이트(Leak Gate)’를 수사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이 백악관 일부 관리들에게 기자들과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문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FBI는 기자들로부터 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누설한 제보자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 사실상 실패하자 백악관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집중하기 위해 언론 취재시 익명 보호권의 포기를 요구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이에 대해 클레어 뷰캔 백악관 부대변인은 “백악관은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직원들에게 권리 포기 문서에 서명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FBI의) 그런 문서가 법적 효력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노박은 행정부 관리 2명의 말을 인용해 조지프 윌슨 전 대사의 부인인 발레리 플레임이 CIA의 비밀요원이라고 시카고 선타임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폭로한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미 행정부 관리들이 노박씨 외에도 여러 명의 기자들에게 고의로 이 같은 신분 누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관리들이 어떤 식으로 익명 보호권을 포기하든지에 상관없이 계속 취재원을 보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미 법무부는 최근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패트릭 피츠제럴드 시카고 출신 검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법무부는 그동안 정부 내의 누군가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 논리를 비난한 윌슨 전 대사를 보복하기 위해 그의 부인의 신원을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해왔다.

윌슨 전 대사는 2002년 CIA의 요청으로 아프리카의 니제르에 가서 이라크가 니제르로부터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조사한 뒤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보고했다. 백악관은 윌슨 전 대사가 이 내용을 지난해 7월 일부 신문에 기고하자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 시도 주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2주일 뒤 노박씨는 행정부 관리 2명의 말을 인용해 윌슨 전 대사의 부인이 CIA의 비밀요원이라고 폭로했다. 노박씨에게 이를 누설한 행정부 관리들은 비밀요원의 신분 폭로를 금지하는 법을 위반했다고 일부 언론이 지적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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