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에겐 전화위복?…자국민 희생 여론반전 기대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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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영국 영사관 테러참사가 ‘토니 블레어판 포클랜드전쟁’이 될까.

이번 폭탄테러는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블레어 총리(사진)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수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전쟁도 당시 인기가 떨어졌던 마거릿 대처 총리에게 정치적 승리를 가져다 줬다.

FT는 폭탄테러 소식을 접한 영국인들의 첫 반응은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쟁에 뛰어들어 영국인을 테러범들의 공격목표로 만든 블레어 총리를 비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20일 런던 도심을 가득 메운 15만명의 반전 시위대가 그 증거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레어 총리의 측근들은 여론이 반대로 돌아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테러 피해를 본 자국민들의 처참한 장면을 TV로 보면 궁지에 몰린 블레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계기로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FT는 한 여론조사원의 말을 인용해 “영국인들은 알 카에다의 위협과 이라크전쟁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테러의 여파로 국민은 정부가 두 개의 전선에서 더 강력하게 맞서 싸우기를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여론조사 추이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17일 가디언지의 여론조사에서 전쟁반대 비율은 2개월 전보다 12%포인트 줄어든 41%로 떨어졌다. 반면 전쟁지지 비율은 9%포인트가 늘어난 47%로 올라섰다.

FT는 “영국 여론은 자국 군대와 국민이 폭탄공격을 받으면 정부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폭탄테러 때문에 블레어 총리는 미영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성과도 얻어내지 못했다고 BBC 등 영국 언론들이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우애를 과시하느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억류된 영국인들의 송환과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폐지 등 현안은 거론조차 하지 못해 ‘속빈 강정’ 같은 정상회담이 됐다는 것이다.

반전국가인 프랑스와 독일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 바보 같은 거래를 했다”고 혹평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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