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무역 극성… 이라크가 뜯겨나간다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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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경제가 망가지자 밀무역이 성행하고 있다. 약탈 대상 1호는 당장 먹을거리와 무관한 고철. 가동을 멈춘 공장 설비나 사담 후세인 정권의 군용기조차 뜯겨 나가는 판이다.‘》

▽바그다드를 암흑으로 만든 약탈=17일 바그다드는 정전으로 암흑천지가 됐다. 미 군정은 시내에 전력을 공급하는 알두라 발전소가 혹시 저항세력에 피격됐을까 걱정했지만 원인은 딴 곳에 있었다.

AP통신은 고압의 전력을 전달하는 철제 송전탑들의 지지력이 떨어진 데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려 무너지면서 단전사태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철제 송전탑 기둥이 약화된 것은 약탈자들이 고철을 노리고 곳곳을 뜯어낸 때문이었다.

▽떼돈 버는 요르단 밀무역상들=전쟁으로 산업활동이 마비된 이라크에선 약탈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주로 철제문이나 창틀, 파이프, 전선, 기계설비 등 고철이 타깃이다. 탄환과 무기도 분해하거나 녹여 비싼 값에 넘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8일 요르단 수도 암만의 북쪽 35km 지점에 조성된 자르카 자유무역지대가 이라크와의 밀무역으로 떼돈을 벌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전역에서 긁어모은 구리 알루미늄 철 등 고철덩어리가 매일 트럭에 실려 500t씩 들어온다는 것. 구리 1t을 700달러에 사들여 1500달러에 되파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미 군정은 올 6월 구리선이 잇따라 약탈되자 구리와 철제품의 국경무역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국경에서 미군 검색을 피해 암약하는 브로커들 때문에 밀무역은 번창하고 있다. 심지어 요르단의 밀무역업자들은 “우리가 탄환과 무기를 분해하도록 조장하기 때문에 이라크 평화에 기여하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프라인도 위험=이라크 석유부는 17일 “현재 하루 150만배럴 수준인 원유수출량을 내년 3월까지 200만배럴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쟁으로 중단됐던 요르단에 대한 원유수출도 16일 재개됐다.

그러나 원유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테러공격과 약탈에 취약하다. 전쟁 전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라크산 원유를 수입했던 요르단이 이번에 해상수송(이라크 바스라∼요르단 아카바) 루트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

17일엔 북부 키르쿠크 유전지대와 터키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바이지 정유공장 근처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이 파이프라인은 15일 전후 첫 개통될 예정이었지만 잇따른 테러공격으로 늦춰지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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