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KGB출신 '쥐락펴락'…정부-기업체 요직 25% 차지

  • 입력 2003년 11월 13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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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사실상 옛 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인맥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GB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00년 집권한 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산하 사회학연구소가 러시아 엘리트 집단을 분석한 결과 정부와 산업체 핵심 요직의 25%를 ‘정보인맥’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각계에 포진한 KGB 출신 ‘정보 엘리트’의 수는 2000여명으로 추산된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상공회의소 회장(전 총리), 세르게이 스테파신 감사원장(전 총리),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이 대표적인 KGB 출신 인사. 3명의 주지사 및 석유회사 슬라브네프티, 도모데도보 항공 등 대기업 총수 중에도 KGB 출신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크렘린에서도 법조인 출신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행정실장보다 KGB 출신의 빅토르 이바노프 부실장과 이고르 세킨 부실장이 실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GB 출신들은 민주적인 가치보다는 국가안보를 중요시하고 서방이나 과두재벌(올리가르히)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로프스키 회장을 구속하도록 주도한 것도 이들이다. 평소 못마땅하게 여겼던 호도로프스키 회장이 기업 지분을 서방 기업에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도전할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외의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강경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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