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核 가짜보고… 검증 무시한 대표사례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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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이 니제르에서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이 정보를 ‘증거’로 삼아 이라크를 공격했다. 그러나 이 정보는 가짜로 드러났다.

시사 주간지 뉴요커는 최신호(27일자)에서 “정보 검증 절차는 무시하고 맘에 드는 정보를 골라 쓰는 부시 행정부의 정보 관리 체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왜곡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나 정보분석사무소(INR)는 테러리스트의 대화 기록 등 요원들이 입수한 1차 자료를 놓고 정보원의 신분, 정보가 나온 경위, 정보가 나온 장소 등을 따져 신뢰성을 확인한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이 절차는 종종 생략됐다.

2001년 9·11테러 직후 CIA는 이탈리아 군사정보조직(SISMI)에서 보고서를 입수했다. 바티칸 주재 이라크 대사였던 위삼 알 자하위가 99년 2월 니제르를 방문했다는 것. SISMI가 “방문 이유가 우라늄 구매 건 때문일 수도 있다”고 언급하자, 워싱턴은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거가 없는데도 이 ‘증거’를 덥석 물었다. 2002년 2월 CIA는 이라크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대사를 지낸 조지프 윌슨을 니제르로 보내 조사했지만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10월 초 이탈리아 주간지 ‘파노라마’의 엘리자베타 버바 기자는 전직 정보요원에게서 “1만달러어치 우라늄 판매”에 대한 니제르 서류 복사본을 입수했다. 그러나 버바 기자는 “직접 니제르로 가 취재했지만 우라늄 수출의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서류는 워싱턴에 전해졌고, 부시 행정부는 12월 7일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자 이 보고서에 우라늄 구입 관련 내용이 없다며 “후세인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결정적인’ 거짓 서류를 누가 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정보 검증과정을 무시하는 부시 행정부에 불만을 품고 전직 CIA 요원들이 만들어 냈으리라는 추측도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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