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에 ‘SAT 벽’ 높아진다…영문-수학 外 작문시험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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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가 2005년 봄부터 성격이 대폭 바뀐다. 학업 적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현행 방식(aptitude test)이 고등학교 수학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능력검사(academic achievement test)’ 중심으로 변화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 고교 과정을 이수하지 않고 SAT를 통해 미 대학에 진학해온 한국 학생 등 외국 학생들의 성적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미 대학으로 직접 진학하기 위해 연간 500여명의 학생이 SAT에 응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19일자)는 새 SAT가 미 교육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시험 방식의 변화 배경과 예상 결과를 분석했다.

▽변화 내용=시험 방식이 바뀌는 것은 SATⅠ과 SATⅡ 중 SATⅠ. 우선 기존 과목인 영어 수학 외에 작문시험이 신설된다. 총점도 1800점에서 2400점으로 바뀐다. 작문시험 시간은 약 25분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논리적 해석과 결론을 내리는 능력을 평가한다.

수학의 난이도는 더 높아지고 직접 영어로 학과목을 배우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전문용어가 대폭 등장할 전망.

영어에서는 ‘유추’ 영역이 없어지는 대신 독해 지문이 많아진다. 현행 SAT에 없는 문법문제도 등장한다.

▽예상 결과=응시생들이 다니는 고교의 수준이 새 SAT에서는 큰 영향을 미칠 전망. 예를 들어 독해 영역에는 유명 문학작품이 반드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학교 수업 때 제임스 조이스, 조지 오웰 등의 문학작품을 원문으로 접해보지 못한 학생은 점수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문시험 추가로 언어영역에 강세를 보이는 여학생의 성적이 남학생보다 높아질 것으로 타임은 분석했다.

외국 학생들의 성적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 작문시험은 외국 학생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미 고교 과정을 이수하지 않고 시험에 등장하는 용어나 학과 관련 내용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 대입시험 변화=SAT는 70여년 전부터 대학입학시험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하버드대 총장 제임스 코넌트가 동부 명문대학들이 고교 학습능력을 검사하는 ACT(Achievement Test) 대신 SAT를 입학기준으로 삼도록 앞장섰다. “부유한 부모를 만나 높은 수준의 사립학교에 가면 시험에 잘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공교육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70여년 만에 다시 궤도를 수정하는 것이다.

SAT 문제 출제 및 평가 등을 관장하는 칼리지 보드의 케스톤 카폴톤 회장은 “새 SAT는 미 고교의 교육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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