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피하는 미국… 사회틀이 바뀐다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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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이 있는 가정은 곧 소수가 된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20일자)는 ‘결혼하지 않는 미국’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기혼자 가구가 지난해 50.7%까지 감소함에 따라 정치, 기업,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통적 결혼에 대한 위협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혼 기피, 동성애 커플 증가, 이혼 증가,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배우자 사별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상당수는 여성의 사회 생활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노동 가능 인구의 42%, 주택구입자의 40%, 유권자의 35%가 미혼 상태다. 부부가 자녀를 낳아 함께 사는 가구는 고작 25%에 불과하다.

전통적 가정이 줄어드는 추세는 오래됐지만 미혼이 ‘상례’가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 미혼자들은 기존의 혼인 중심 사회제도와 문화에 반대하는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이들은 법적 배우자와 자녀로 한정돼 있는 정부와 기업의 각종 보조금에서부터 1인 호텔 투숙객에게 요금을 더 물리는 요금체계에 이르기까지 기혼자에게 유리한 사회, 문화, 법적 관행을 바꾸기 위해 조직적으로 뭉치고 있다.

또 미혼자들이 짊어져야 할 보이지 않는 부담과 기혼자들이 얻는 이익 때문에 부(富)가 기혼자 중심으로 세습되는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500대 기업 중 40% 이상은 이미 기혼자 중심의 임금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메릴린치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확장가족수당’을 신설했다. 법적 배우자나 자녀가 아니라도 적절한 자격이 있으면 ‘가족수당’을 주겠다는 것. 의회에도 법적 배우자에 적용되는 세금환급을 동거인 등 일정 자격의 ‘가족’에게 허용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미혼 소비자의 파워는 막강하다. 기업들은 세분화되고 다양해진 미혼자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

정치적 성향도 바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04년 선거에 결혼 자체가 이슈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전통적 결혼의 가치를 중시하는 연설로 화제가 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혼자보다 기혼자 사이에서 15% 정도 더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자칫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이익만 좇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현재 미 여고생의 54%가 혼외의 자식을 갖는 것도 괜찮다고 답하고 있어 전통적 가정의 붕괴는 가속될 것이라고 잡지는 예견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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