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련계 극단 ‘아랑삶세’ 김정호씨 전국연극제서 첫 공연

  • 입력 2003년 6월 27일 18시 58분


코멘트
일본의 총련계 연극팀 ‘아랑삶세’ 단원들이 공연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앉아 있는 사람이 극단 대표 김정호씨.-공주=지명훈기자
일본의 총련계 연극팀 ‘아랑삶세’ 단원들이 공연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앉아 있는 사람이 극단 대표 김정호씨.-공주=지명훈기자
일본의 총련계 아마추어 연극배우가 고국의 무대에서 한국말로 연극 공연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10년 만에 성취했다.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 도쿄지부 소속 김정호(金正浩·42·일본 조선대 문학역사학부 강사)씨는 26일 충남 공주시에서 열린 전국연극제(한국연극협회 주최)에 극단 ‘아랑삶세’를 이끌고 참가해 ‘하늘 우(위의 북한식 표현)에 꿈나라’라는 작품을 공연했다. 그는 이 극단 대표로 작품을 연출하고 직접 출연도 했다.

총련계 연극이 국내에서 공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총련계 가극단(금강산)이 국내 공연을 했지만 연극은 언어와 연기로 사상을 전한다는 이유로 허가되지 않았다.

이날 공연된 작품은 재일동포의 삶의 애환을 그린 작품. 김씨는 1994년 이 작품을 일본에서 처음 공연하면서 “재일동포 대부분의 고향인 남한에서 공연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10년 동안 공연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김씨가 남한에서 연극공연을 하려고 한 것은 극단의 창단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이 극단은 교포 사회가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란 문제로 고민하던 1988년, 연극을 통해 한국말을 교포사회가 지키는 데 도움을 주고자 창단됐다. 또 이런 활동을 고국의 동포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씨에게는 공주에서 열린 이번 공연이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본에 문화를 전수한 백제의 고도(古都)에서 공연을 하게 돼 한민족의 자긍심을 만끽할 수 있는 데다 부친의 고향도 인접한 연기군이기 때문.

김씨는 “20년 전 연락이 두절된 주소이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한국 방문 전 사촌들에게 연극제 초청장을 보냈죠. 공연이 끝난 뒤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보이질 않더군요”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평양은 가끔 가봤지만 남한은 첫 방문인데 남북한은 냄새가 같고 일본보다도 고향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며 “남북한 주민들도 재일동포처럼 두 지역을 서로 자유롭게 방문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