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化學축제중’…리비히 탄생 200돌

  • 입력 2003년 5월 27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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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만명의 시민들이 기센시의 리비히 탄생 200주년 기념 과학축제 행사에 참여했다.-사진제공 독일 기센대
약 15만명의 시민들이 기센시의 리비히 탄생 200주년 기념 과학축제 행사에 참여했다.-사진제공 독일 기센대
5월 12일 독일의 대학도시 기센은 온통 들뜬 분위기였다. 유기화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유스투스 리비히가 태어난 지 꼭 2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시 전체가 거리 화학실험실, 리비히 관련 각종 전시회, 예술행사 등으로 온통 축제의 장이 됐기 때문.

1824년 21세에 기센대 교수가 된 리비히는 분자식이 같은 화합물이 서로 다른 성질을 나타내는 이성질현상과 화학반응 과정에서 불변하는 원자단인 라디칼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화학의 역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화학실험방법과 기구를 개발해 근대적인 화학교육과 실험실을 정립한 것.

리비히는 유기화합물을 그 속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분리해 분류하는 실험방법을 개발해냈다. 그의 실험실은 곧 전 유럽의 뛰어난 과학자들을 불러 모아 호프만, 케쿨레 등 뛰어난 화학자들을 배출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40여명이 리비히의 직간접 후계자로 거명되고 있을 정도다.

기센대의 정식 이름도 유스투스 리비히 기센대다. 기센대의 총장 스테판 호르무스 박사는 “무엇보다도 리비히는 지식과 응용을 연결한 학자로서 의미가 있다”며 “교육과 연구를 겸비한 교수의 모델이었으며 화학발전을 위해 대학개혁과 과학대중화에도 앞장선 선각자였다”고 평가했다. 리비히는 화학을 농학과 영양학에 도입해 무기비료의 개념을 정립했으며 육가공제품인 ‘리비히 육즙’을 상품화하기도 했다. 대학 본관 2층에 마련된 전시실에서는 리비히가 실용 연구를 주창하면서 여러 정치가, 과학자들과 논쟁했던 편지와 함께 대중에게 화학을 알기 쉽게 소개한 신문 기고문도 볼 수 있었다.

화학 축제는 기센시뿐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 개최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올해를 ‘화학의 해’로 선정, 과학계와 산업계가 총출동해 각종 화학 관련 대중행사를 연중 개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생활 속의 현대화학을 주제로 한 6부작 TV특집물을 방영했으며, 6월부터는 체험형 화학교육의 장인 ‘여름 과학축전’이, 9월에는 첨단 화학연구와 산업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업 개방 행사’가 독일 전역의 화학기업에서 일제히 개최된다. 이 밖에 40개 도시를 직접 찾아가는 이동 실험실인 ‘화학트럭’과 라인강의 ‘이동 화학실험선’도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다.

화학의 해 행사는 독일 정부와 과학협회들이 1999년 공동으로 설립한 ‘대화하는 과학’ 재단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재단의 카롤린 비허만 공보담당은 “1999년 이전에는 독일의 과학대중화 행사가 분산돼 있었지만 재단이 맡은 뒤 대학, 연구기관을 넘어 기업, 지방정부까지 참여해 연중 독일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화학업체인 BASF의 수잔 글뤽 발터 박사도 “올해 최고의 홍보 프로젝트는 화학의 해 행사”라며 “화학이 모든 일상생활 속에 파고들어 있으며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BASF는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첨단 화학을 이용해 연간 m²당 2.5L의 연료만 쓰는 첨단 환경주택 ‘3L 주택’ 전시회를 마련했다. 일반 주택의 경우 같은 면적을 난방하는 데 20L가 필요하다고 한다. 독일은 지금 화학의 과거, 미래와 ‘대화’하고 있다.

기센·베를린(독일)=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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