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대풍’ 서해… “中어선과의 전쟁”

  • 입력 2003년 5월 2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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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에서 올해 봄철(3∼6월) 꽃게잡이가 사상 최대의 대풍(大豊)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어선들이 꽃게를 잡기 위해 떼 지어 몰려들어 불법조업을 일삼는 바람에 해경과 중국 어선간에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과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물 반(半) 꽃게 반(半)=봄철 꽃게잡이가 시작된 3월 이후 이달 24일까지 위탁 판매된 꽃게 물량은 인천수협이 2100여t, 옹진수협이 1150여t으로 각각 270억원, 130억원의 위판 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것.

인천수협 관계자는 “꽃게는 봄철 보다 가을에 잡히는 게 일반적인데 올봄 꽃게 어획량은 이미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 치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꽃게가 많이 잡히면서 지난해 시중에서 1kg당 4만8000∼5만원이던 꽃게가 요즘은 1만5000∼2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꽃게는 인천 옹진군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를 비롯해 이보다 남쪽에 위치한 덕적도 인근 특정해역과 지선어장(지역어민들만 조업이 가능한 어장)에서 주로 잡히고 있다.

옹진수협 대청출장소 정우진 사무장(61)은 “꽃게잡이가 본격 시작된 4월 중순 이후 꽃게잡이 배들이 연일 만선(滿船)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가을 태풍이 꽃게어장을 통과한 것이 올봄 꽃게 대풍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이 바다를 흔들어 놓으면서 꽃게 산란에 치명적 영향을 주던 각종 쓰레기들을 흩어 놓았고 바다 밑에 있던 영양분이 떠올라 꽃게 성장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요즘 북위 37도10분, 동경 124도의 서해 특정해역 경계선(인천항 기점 230km 해상)에는 중국 어선 100여척이 떼를 지어 다니고 있다.

인천해경은 24일 오전 11시10분경 옹진군 소청도 남동쪽 15마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 3척을 나포했다. 이들 어선에는 200∼300kg의 꽃게가 각각 실려 있었다.

해경은 5월에 들어서만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했거나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13척을 나포하는 등 올해 들어 모두 81척을 나포했다.

중국 어선들은 주로 새벽시간대에 북한해역을 끼고 한국 EEZ에 들어와 조업을 일삼고 있다. 북한 경비정이 다가가면 남쪽으로 내려오고 한국 해경이 나포에 나서면 북쪽 해역으로 도주하는 등의 수법으로 단속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해경에 붙잡힌 중국 어민들은 중국의 산둥(山東)반도와 동중국 해역에서 많이 나던 꽃게가 올 봄에는 거의 잡히지 않아 한국 해역을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양경찰청 권동옥(權東玉) 경비구난국장은 “5월 들어 해경이 중국 어선을 나포한 지역은 대부분 해경경비구역을 벗어난 NLL 인접지역으로 해군,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의 입체작전을 통해 검거하고 있다”며 “중국 어민들의 반항이 심해 나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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