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聯政 ‘평화 로드맵’ 승인

  • 입력 2003년 5월 25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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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가 미국과 유엔이 제안한 새로운 평화안(로드맵)을 25일 승인함으로써 32개월여간 계속된 중동의 유혈분쟁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승인으로 그동안 중동평화 중재에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6월4일 이집트에서 양측과 함께 평화 정착을 위한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보여 미국의 중동정책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국(國) 가능성 첫 인정=이스라엘 각료회의는 이날 6시간에 걸친 격렬한 마라톤 회의 끝에 로드맵을 표결에 부쳐 찬성 12, 반대 7, 기권 4표로 통과시켰다.내각 일부를 구성한 극우 민족종교당 등은 로드맵에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나 집권 연정의 핵심인 리쿠드당 각료 대부분이 로드맵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정부가 형식적이나마 팔레스타인 국가설립안에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리엘 샤론 총리는 24일 각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만일 로드맵이 승인을 받지 못하면 미국과의 관계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적극 설득하는 등 현실 외교에 나섰다고 영국 BBC방송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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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인으로 26일경 샤론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간 양자 회담이 열리고 다음달 4일 부시 대통령이 이집트 휴양지인 샤름 알셰이흐에서 두 사람과 평화정착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 미국이 이-팔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비생산적인 일이라며 거부해왔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적극 개입정책으로 선회하게 된 셈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이스라엘의 일부 각료들은 로드맵이 팔레스타인측에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수정을 요구했으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3일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평화 정착되나=4일 이집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은 로드맵 이행을 조정할 10명 안팎의 관리들을 중동에 급파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파월 장관은 이들이 당분간 예루살렘에서 ‘2005년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이라는 로드맵의 최종 목표를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데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맞춰 팔레스타인 최대 무장단체인 하마스도 1987년 창설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일시 휴전 용의를 표명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인터넷판에 따르면 하마스의 강경파를 대표하는 지도자인 압델 아지즈 알 란티시는 23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면 하마스도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아바스 총리에게 밝혔다.

그러나 로드맵 이행에는 적잖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첫 단계 전제인 테러종식부터가 쉽지 않은 과제다. 아바스 총리가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테러를 배후조종하고 있는 무장세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 또 이스라엘측이 팔레스타인에 내놓기로 한 점령지역의 범위도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높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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