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 ‘병원내 사스감염’ 노출…2차감염 가능성 높아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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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의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임에 따라 방역당국이 환자 대량 발생에 대비해 격리 병원을 확대 지정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조치는 허술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사스 환자를 직접 관리하는 의료진은 가장 밀접한 접촉자로서 2차 감염의 가능성이 큰 데다 의료진이 감염될 경우 불안감 조성은 물론 지역 사회로 사스가 확산될 우려가 높아 병원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한 의사가 베트남에서 사스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돼 3월 말 사망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2차 감염된 사례들은 병원에서 감염된 의료진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내에 사스 진성환자가 2명 이상 발생할 경우 2단계 격리병원으로 지정될 예정인 대학병원들의 경우 격리 병상 확보와 의료진 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초기 대응이 부실할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이들 병원은 내원 환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2차 사스 격리병원 지정 사실을 쉬쉬하고 있는 실정이다.S대 의대 병원 관계자는 “격리 병실을 본원 건물에 두지 않고 컨테이너 가건물에 설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격리 병실로 예정된 가건물 바로 옆에는 의무기록실 직원들이 현재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이어 “의료진들은 보호 장비로 마스크를 쓰는 정도만 알고 있지 사스 방어용 ‘N95 마스크’라는 용어는 처음 들어 본다”고 말했다.K대 의대 병원 관계자도 “사스로 의심되는 환자가 들어오면 응급실이나 감염관리과로 연락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정도의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그러나 사스에 관해서는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하며 별도의 교육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원의 격리병원 지침은 내부 공기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음압시설이 된 방이나 화장실이 딸린 1인실 등을 격리 병실로 쓰도록 하고 있다. 또 의료진 등 접촉자들은 크기 3μm(1μm는 100만분의 1m)의 입자를 95%까지 차단하는 N95마스크 등의 보호 장비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이와 관련해 보건원은 22일 열린 전문가 자문위원회에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를 참석시켜 의사협회가 사스 환자용 자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환자 홍보용 포스터를 게시하거나 보고라인을 의료진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이도록 요청했다.또 각종 의료 관련 학회에서 연수를 실시할 때 사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사스 방역이 장기화할 경우 병원 감염을 조기 차단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사항”이라며 “중국이나 홍콩처럼 환자가 크게 확신되는 것을 막으려면 감염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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