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전세계 공포확산]東아시아 경제 연쇄타격

  • 입력 2003년 4월 6일 19시 12분


코멘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확산으로 동아시아 각국의 경제가 연쇄타격을 받아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분석했다.

이라크전쟁으로 대미(對美) 수출이 줄어 고전하던 와중에 사스 공포까지 겹치면서 동아시아 경제는 97년 말 통화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캐세이패시픽항공이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아시아 역내의 8개 노선을 감편키로 하는 등 항공업계의 위기감도 계속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모건스탠리, 노무라종합연구소, 메릴린치, BNP파리바, 페레그린, 골드만삭스 등 6개 기관의 각국 전망치를 평균한 결과 모든 국가의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히 사스의 진원지인 홍콩과 대외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은 관광객들의 소비지출이 지난해보다 무려 65%나 줄어 3.0%로 점쳤던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라크전쟁 여파로 수출 주문이 줄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려던 상황에서 사스 사태까지 터지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2월의 대미 수출이 전달보다 22%나 줄어들었다.

국제 투자회사들은 5%선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던 한국의 성장률도 전쟁과 사스의 여파로 3%대 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사스가 3개월가량 계속 번지면 동아시아의 관광 수입이 지난해보다 15% 줄어들고 소비지출 감소로 소매 유통업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의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을 5.1%에서 4.5%로 낮춰 잡았다.

사스의 진원지인 중국은 아직 피해 실태가 확인되지 않아 조사대상 국가 중 유일하게 7%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사스와 관련해 필요한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투자자의 신용을 잃어 장기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중국의 새 지도부가 직면한 최초의 시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아시아 경제의 불황을 반영해 올 1∼3월 중 아시아 기업(일본 제외)의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액은 5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