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이가든(淘大花園) 아파트 주민 집단감염 사건을 조사 중인 홍콩 보건당국과 의학전문가들은 4일 사스 감염자의 용변에 있는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확산될 수 있다는 잠정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같은 결과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손을 씻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의 기존 예방책이 무용지물이 될뿐더러 공기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감염될 수 있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전망이다.
홍콩 보건당국은 “아모이가든 아파트 E동 주민 270명을 사스에 집단감염시킨 바이러스는 바로 옆동 건설공사 현장 꼭대기층에 임시로 설치된 이동식 화장실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국은 또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 한 명이 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장 화장실에서 샘플을 채취해 성분 분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의학전문가들은 “사스에 걸린 일부 환자들의 소변 성분을 분석한 결과 사스 바이러스가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인부가 본 용변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주민들에게 전염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찮다. 미생물학 전문가들은 “바람을 통해서도 전염된다는 주장은 공사 현장의 다른 인부 200여명과 아모이가든 저층 주민들이 감염되지 않은 점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건부 수석의료고문 도널드 헨더슨 박사는 “감염 경로가 의문투성이”라고 전제한 뒤 “아모이가든 집단감염 사건만 놓고 볼 때 바이러스가 물 또는 공기 중에 떠도는 분무 형태의 체액 방울을 타고 다닌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홍콩의 메트로폴호텔에서 감염된 투숙객 10여명이 홍콩을 떠나면서 바이러스를 다른 나라로 옮겼는데 정작 호텔 직원들은 한 명도 감염되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컬럼비아대학 보건대 로빈 그슨 박사는 “증상이 전혀 없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원균을 퍼뜨리고 다니는 보균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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