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전기 끊긴 바스라시민 120만명 생명 위협

  • 입력 2003년 3월 25일 2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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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연합군과 이라크군간에 치열한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에서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총탄뿐만이 아니다.

유니세프 국제적십자사 세계보건기구 등은 24일 바스라에 수도와 전기가 끊어져 인도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바스라에 물과 전기를 다시 공급하기 위해 긴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니세프는 바스라에서 5세 이하의 어린이 중 적어도 10만명이 물 부족으로 위험한 질병에 걸릴 지경이라고 밝혔다.

21일 이후 전기가 끊기면서 도시에 수도를 공급하는 주 공장이 멈췄으며 현재까지 60%의 인구가 물 없이 지내고 있다. 바스라의 인구가 120만명이기 때문에 72만명이 물 없이 지내는 셈이다. 나머지 40%의 주민들은 염분이 많이 포함된 물을 우선 사용하고 있다. 날씨마저 덥고 습해 위생시스템이 신속히 복구되지 않으면 질병이 돌 위험이 크다.

병원과 보건기구들이 인근 강을 포함해 끊긴 수도를 대체할 수자원을 찾고 있지만 그나마 심하게 오염된 상태. 유니세프는 어린이들이 극심한 영양 실조와 탈수 증세 등을 보일 것도 우려하고 있다.

적십자사의 고위 관계자는 “적십자사가 파견한 기술자들이 수도와 전력 공장에 들어가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교전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며 “기술자들이 들어가 복구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연합군 및 이라크군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적십자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더 큰 위험은 사람들이 교전 중에 도시를 빠져나가려고 시도하는 것”이라며 “전기와 수도가 끊기지 않으면 주민들이 바스라에 머물겠지만 물을 찾아 다른 곳으로 가려다 전투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난 사무총장은 인도적 재앙의 우려와 관련, “전쟁시 주민의 복리와 안전에 대한 책임은 교전 당사자들이나 점령군측에 있지만 유엔은 이런 책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쟁 발발 이후 실행이 중단되고 있는 ‘석유-식량 프로그램’에 대해 “60% 이상의 이라크인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들어오는 식량과 의약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바스라는 이란 쿠웨이트와 접한 국경지대에 위치해 있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하류에 있는 바스라는 636년에 이슬람 칼리프에 의해 군사 전초 기지로 세워져 여러 차례 전란으로 고통받았다. 1984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단 이틀간의 교전으로 바스라 주민 2만50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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