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힌 연합군 속도戰]이라크軍 '치고빠지기'에 美 당황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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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군은 늪에 빠졌다.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 (모하메드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

이라크군의 게릴라전이 미영 연합군이 펼치고 있는 ‘속도전’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미군이 바그다드 남쪽 75㎞ 정도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이라크군의 ‘치고 빠지기’ 작전에 연합군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이라크 최정예 공화국수비대가 정규, 비정규전을 망라한 견고한 바그다드 방어진을 친 것으로 알려져 ‘초단기에 전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는 급속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라크 게릴라전=이라크는 바그다드와 바스라를 잇는 4개 간선로 중 3개가 몰려 있는 남부의 전략요충지 나시리야에서 게릴라전을 벌여 확실한 효과를 입증했다.

제공권과 화력에서 압도적으로 밀린 이라크 정규군은 큰 저항 없이 미 보병 3사단에 바그다드 진군로를 내줬다. 그러나 미군의 행렬이 길게 이어져 전력이 약화되면 어김없이 게릴라 공격을 가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라크군이 항복 표시로 백기를 내걸었다가 미군이 접근하면 사격을 가하거나 민간인 복장으로 미군을 환영하다가 기습했다”고 비난했다. 접전 중인 미군이 후방에 화력 지원을 요청하는 낌새를 보이면 사라졌다가 다시 반격하거나 아예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진지를 옮기는 민간인 방패작전도 구사하고 있다.

존 아비자이드 중부군 부사령관(중장)은 “이라크군의 전법은 병사들에겐 위협적이지만 군작전상 의미는 별로 없다”며 바그다드 외곽까지 진군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지는 “연합군이 바그다드쪽으로 400㎞ 이상 진군하면서 보급선이 길어져 게릴라전은 미군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작전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실제로 나시리야에서 포로로 잡힌 미군 중 상당수는 보급부대원들이었다.

▽주요 도시 우회, 바그다드 진격=이라크군이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미군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미군이 장악한 것으로 전해진 이라크 제2의 도시 바스라에서는 개전 닷새째인 24일까지도 이라크군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바스라 남쪽 항구 움카스르에서도 미영 해병대가 전차와 공격용 헬기의 지원을 받으며 공격하고 있지만 도시를 장악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급해진 미군은 주요 도시의 점령을 포기한 채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바스라가 함락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력부대가 북진을 강행하고 병력 일부는 나시리야와 나자프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

전쟁을 단기전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사담 후세인과 지휘부가 위치한 바그다드에서 이라크의 최정예 공화국수비대와 정면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

외신도 미 보병 3사단 2여단과 101 공중강습사단 등 일부 부대가 이라크에 진입한 뒤 전투에 가담하지 않고 곧바로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미 언론, 연합군 비판=사정이 어려워지자 미 언론의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이 전쟁을 지지했던 것은 단기전 전망 때문이었다”며 “전쟁 피해가 속출하자 미군 당국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라크 군대가 아닌 고위 지도층을 대상으로 전략을 수립해 문제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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