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美 행정부 戰後 이라크 석유싸고 '油戰'

  • 입력 2003년 3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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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바그다드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세계 석유업계는 세계 매장량 2위에 달하는 이라크 석유처리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에 따르면 미개발 유전까지 합친 이라크 석유 매장량은 2140억배럴로 매장량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2620억배럴)와 맞먹는다. 발견된 유전 74곳 가운데 개발된 곳은 15곳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도 높다.

이라크 석유의 향배를 주도할 미국 행정부 안에서는 석유를 국유화할지, 민영화할지 의견이 갈려 있다. 어느 쪽이 득세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세계 석유시장 판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이끄는 신보수주의자들은 석유를 재건수단으로 보고 완전 민영화를 통해 막대한 전비(戰費)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변국이 “미국이 석유 기업을 앞세워 이라크 석유를 독점한다”고 반발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란 등은 중동 민주화를 위한 제거 대상이므로 반발을 무마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라크 석유가 완전 민영화돼 러시아와 함께 석유를 쏟아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가격 카르텔이 약화되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무력화시킨다는 게 이들의 시나리오다. 이라크가 OPEC에 가입한다 해도 당분간 석유생산 확대에 나설 것이므로 OPEC 회원국간 생산 증대 경쟁을 부추겨 가격 카르텔을 흔들게 된다.

반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위시한 비둘기파는 이라크 석유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민영화해도 실익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미 외교협의회(CFR)에 따르면 현재 하루 260만∼280만배럴의 석유 생산량을 걸프전 이전 수준(350만배럴)으로 회복하려면 최대 3년, 200억달러가 든다.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도 산유량 복원에 2년 반이 걸렸다. 사우디 수준(800만배럴)이 되려면 10년 이상 걸린다.

이들은 중동 주변국의 비난을 피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석유 국유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라크 새 정부에 석유개발권을 주고 미국이 뒤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많은 석유 전문가들은 비둘기파의 시나리오가 더 현실성이 있다고 본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확인된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25∼30%를 사우디가 차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4.6%, 이라크는 10.8%에 그쳐 미국이 이라크 석유의 주도권을 장악해 사우디를 견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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