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명분논란]"국제법위반" VS "대량살상무기 확인땐 무방"

  • 입력 2003년 3월 19일 18시 58분


코멘트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공격 개시 이후라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사실이 드러날 경우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사후에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양측 주장을 요약했다.

▽국제법 위반설=일본의 국제법 학자 40여명은 최근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무력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상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은 ‘무력의 행사와 무력에 의한 협박’을 금지하고 있으며 오직 예외적으로 무력사용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경우뿐이다.

첫째는 무력 공격이 발생해 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하기까지 직면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두 번째는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또는 침략행위에 대한 집단적 조치로 무력 행사를 안보리가 결의한 경우이다.

일본 국제법 학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두 가지 가운데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걸프전 때처럼 이라크가 타국을 침략한 사실이 없는데 선제공격을 하는 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는 것.

▽사후 정당화 가능설=미국 앤메리 슬로터 프린스턴대학의 우드로 윌슨 국제대학원 원장은 18일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코소보 전쟁이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미군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증거를 찾아낸다면 이라크 전쟁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설령 이 증거가 없더라도 미국과 동맹국이 이라크 국민으로부터 환영을 받고 (이라크 해방 후) 유엔으로 즉시 돌아가 이라크 재건에 대해 도움을 요청한다면 이라크에 대한 무력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고연방군 군대를 코소보에서 축출하기 위한 코소보 점령작전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위협으로 유엔 안보리의 결의 없이 이뤄졌다. 하지만 유고의 잔혹한 인종청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응징 명분이 있었기에 공격에 대한 정당성 시비는 없었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하고 베트남전 때와 비슷한 이라크 민중의 거센 저항에 부닥치면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와 미국 내 저항이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