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경제 파장 만만하게 보지 마라"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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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늘 전쟁의 경제적 파장을 과소평가해 왔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22일자)에서 이라크전쟁의 직간접 비용이 미국 정부나 경제학자들의 낙관적 예측과 달리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전쟁에 들어간 비용은 정부 예측보다 12배 많았고, 베트남전쟁 때도 미 국방부의 예측보다 10배나 더 들었다”는 것.》

6주 이내의 단기전일 경우 이라크전쟁의 직접 비용은 500억∼1500억달러로 예상된다. 여기에 전후 평화유지, 인도적 지원, 재건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은 앞으로 10년간 1000억∼6000억달러.

예일대의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적 비용”이라며 “단기전이더라도 앞으로 10년간 1000억달러에서 많게는 1조9000억달러까지 국내총생산(GDP)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전쟁을 단기에 끝낸다면 불확실성이 없어져 세계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대형 테러 가능성 등 전쟁 이후의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고 반박했다. 또 “걸프전은 경기부양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90년대 초와 상황이 판이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36달러 수준. 낙관론자들은 걸프전을 예로 들며 일시적으로 유가가 40달러까지 치솟겠지만 종전되면 곧 20달러대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91년과 달리 베네수엘라의 석유생산량이 두 달간의 파업 후유증으로 크게 줄었고 다른 석유수출국들이 증산을 할지도 미지수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유전을 파괴할 가능성도 있다. 또 미국의 석유 비축분은 7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쟁으로 경기가 위축되면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 금리는 1.25%밖에 안 돼 더 낮출 여력이 없다.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기도 쉽지 않다. 막대한 공공부채에 시달리는 일본은 재정 지출을 늘릴 여력이 없고, 유로권 국가들은 유럽연합의 ‘안정 협약’으로 재정 정책이 묶여 있다.

걸프전을 전후해 S&P500 주가지수는 20% 이상 올랐다. 그러나 당시는 주식시장이 워낙 저평가된 상태였다. 또 지금은 이미 낙관론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오면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게 된다. 미국과 유럽간의 불편한 외교관계는 국제교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철강 식품 등에서 무역 분쟁을 겪고 있으며 상대방 국가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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