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조약 개정 기정사실화…러포트 사령관 발언 의미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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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이 노무현(盧武鉉) 새 정부와 한미연합사의 지휘관계 및 한미상호방위조약(이하 상호방위조약)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식 언급함에 따라 향후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지휘관계(command system)’의 재검토 발언은 주한미군의 재배치 및 감축뿐만 아니라 ‘전시 작전권’의 이양 문제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상호방위조약의 개정=러포트 사령관의 이날 발언은 1953년 체결된 상호방위조약의 개정을 기정 사실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미 양국의 정계와 학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공식 세미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는 점에서 ‘일과성 발언’으로 넘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을 통한 한미 동맹의 재검토가 공식화된 마당에 시기의 문제일 뿐 상호방위조약의 개정도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또 21세기 세계 전략 환경의 변화에 따라 미국이 추진중인 해외주둔 미군의 재편 계획도 개정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냉전이 한창이던 50년 전 체결된 상호방위조약은 ‘북한의 무력 도발 억제를 위한 한반도의 미군 배치’로 요약된다. 그러나 미국은 변화된 세계 안보환경하에서 앞으로 주한미군을 대북(對北) 위협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북아지역의 ‘균형자’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동북아 최전선에 배치된 주한미군을 ‘지상군 감축’, ‘해공군력 강화’를 통한 ‘신속 대응군’으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이런 ‘밑그림’에 따라 한미동맹의 성격이 재규정되면 후속 조치로 상호방위조약의 개정도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4월부터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 협의를 통해 한미동맹을 대등한 관계로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상호방위조약 개정 문제에 대한 포괄적 검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러포트 사령관의 발언을 확대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수(金英秀) 교수는 “러포트 사령관이 양국이 이미 논의키로 한 의제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한미동맹의 성격이 재규정되고 상호방위조약이 개정되기까지는 앞으로 5∼7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작전권 이양 문제=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전시 및 평시 작전권은 유엔군 사령관의 ‘고유 권한’이었지만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이후 94년 평시 작전권은 한국측에 넘어왔다. 이후 전시 작전권 이양 문제는 연합사가 존재하는 한 지금까지 ‘논외(論外)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 이후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대등한 한미 관계’를 강조하면서 이 문제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군 안팎에선 전시 작전권 이양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그 시기와 방법에 있어선 의견이 분분하다. 군 일각에선 전시 작전권을 환수받기 위해선 우리 군 전력의 획기적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능력’ 없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 때문이다.

다수의 군 관계자들은 “대북 정보자산의 90% 이상과 해공군력의 상당 부분을 미군에 의지하는 현 상황에서 빠른 시일내 전시 작전권을 넘겨받는 게 군 전력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인지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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