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러시아 반전선언에 中도 "동참"

  • 입력 2003년 2월 11일 19시 00분


코멘트

유럽이 이라크전쟁을 둘러싼 역내 힘겨루기로 ‘대분열 위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라크전쟁 반대로 궁지에 몰렸던 프랑스 독일은 10일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라크에 대한 무기사찰 강화를 촉구하는 러시아 프랑스 독일 3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11일에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시라크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공동선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의 유럽 8개국, 5일의 동유럽 10개국의 이라크전쟁 지지 선언으로 수세에 처했던 두 나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 같은 날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 3개국은 NATO에 대한 미국의 이라크전쟁 협조 요청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3국 공동선언=프-러 정상회담에서의 3국 공동선언은 9일 푸틴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회담에 이어 나왔다. 3국 선언은 △이라크에 평화적인 무장해제 기회 부여 △이라크 사찰단 수 2, 3배 증원 및 사찰의 기술능력 강화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사찰 실패를 전쟁의 명분으로 삼으려던 미국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이라크전쟁 반대로 외교적 고립 위기에 몰렸던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국빈을 맞는 관례를 깨고 샤를 드골 공항까지 푸틴 대통령을 영접하러 나갔다.

▽NATO의 혼미=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3국은 10일 이라크전쟁에 대비해 미국과 터키가 요구한 터키 방위계획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터키 방위계획은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터키가 이라크로부터 역습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데서 나온 것. 사실상 NATO와 유럽에 대한 전쟁 협조 요청이었다.

3국의 거부권 행사에 터키는 NATO 헌장 4조를 들어 재협의를 요구했다. 헌장 4조는 ‘특정 회원국에서 위협받고 있다는 의견이 있을 경우 NATO 회원국이 함께 논의한다’는 것. NATO 사상 처음으로 이 조항이 발동된 자체가 NATO의 분열상과 무기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NATO의 의무를 인식하기 바란다”(콜린 파월 국무장관) “NATO에서 프랑스를 제외하고 논의하겠다”(리처드 펄 국방부 수석고문)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을 지지하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반발 조짐이 나타나는 등 유럽의 분위기가 갈수록 어지러워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그리스는 이 같은 분열상을 해소하기 위해 17일 긴급 EU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