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양대포럼 폐막…"세계화냐 反세계화냐"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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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제33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다보스 포럼)가 28일 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신뢰 구축(Building Trust)’을 주제로 100여개국에서 2300여명의 정재계 지도자와 언론인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엔론 사태 등 미국 기업의 회계부정 등으로 실추된 기업과 정부의 신뢰 회복 및 올해 세계경제 전망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실제로 27일 ‘기업 지배구조’ 세션에서는 기업 신뢰의 기본인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기업의 이사들에게 회계 감독의 책임을 묻고 △회계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선진국에서도 엄격하게 확립돼야 한다는 등의 행동 강령을 채택했다.

하지만 회의장을 나서는 최고경영자들은 “잃어버린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마술 같은 해법은 없다는 게 결론이라면 결론”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화에 앞장서 온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화의 본산인 미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것도 이번 포럼의 달라진 모습. 한 참석자는 “올해 세계경제의 최대 악재가 이라크전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실제로 26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본회의장 연설이 끝나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앞에 앉아 있던 미국 정재계 지도자들은 기립박수를 쳤으나 뒷줄의 반응은 썰렁했다. 노동자 출신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등장도 포럼의 분위기를 바꿨다. 다보스 포럼 공동 창설자 조지 멀린크로트는 폐막을 앞두고 기자와 만나 “포럼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33년 전 우리가 다보스에서 첫 모임을 가질 때는 유럽 기업인 소수의 모임이었다. 그러나 포럼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왔고, 이제는 포럼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의 가입비와 3만달러(약 3600만원)의 참가비를 냈다. 주최측이 벌어들이는 돈이 3000만달러(약 360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한국측 참가자는 “그래도 다보스에 와서 세계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고 고급 사업 정보를 듣는 비용을 생각하면 다보스 참가가 이익”이라고 말했다. 반세계화 운동 단체들이 “반나절 세계 문제를 고민하고 나머지 5일반 동안 돈을 불릴 방법을 배우는 곳이 다보스”라고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릴 때마다 비판이 쏟아져도 다보스 포럼이 중단될 수 없는 이유다.

다보스(스위스)=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세계사회포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폐회에 맞춰 이에 대항하는 반세계화 세력의 모임인 제3차 세계사회포럼(WSF)도 브라질 남부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8일 폐막됐다.

전 세계에서 반세계화, 반전, 노동운동가 등 10만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27일 이라크전 및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반대시위로 절정을 이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위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FTAA는 나가라’ ‘이라크를 공격하지 말라’ ‘거대기업 세계 지배 반대’ ‘자본주의가 우리를 죽인다’ 등 다양한 피켓을 앞세우고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정면 성토했다.

이날 열린 각종 포럼과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미국은 거대한 군사·경제력을 이용해 힘없는 나라들에 자국의 외교정책과 경제목표의 이행을 강요하는 불량배”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적 언어학자이자 반전 운동가인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미국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교묘하게 다른 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과거의 쿠데타와 독재를 지원하는 식의 통제수단이 이제 신자유주의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 ‘리쎌 웨폰’에서 형사로 출연한 바 있는 흑인 배우 대니 글로버는 “미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로 전락해 제3세계의 질병을 심화시키는 IMF와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를 즉각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캘리포니아주 정치인 출신의 인권 및 환경운동가 톰 헤이든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FTAA가 남미 경제의 미국 종속을 심화시켜 빈농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터키 앙카라의 빌켄트대학 경제학과 에린크 옐단 교수는 “미국이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이라크 침공에 필요한 군사기지 제공을 터키에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경제로 전쟁 참여를 흥정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비난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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